▲지난해 12월 7일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내년 6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법은 특허와 영업비밀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다수 추가됐다. 이는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하여 기술유출, 아이디어탈취를 강력히 규제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의 하나로 보인다.

그 주요 내용 및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한 비밀관리성 요건의 완화이다. 개정 이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면 어떠한 정보가 '합리적인 노력으로 비밀로 유지되어야만' 영업 비밀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반면 개정법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그 대신 '비밀로 관리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비밀관리성 흠결로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종전 실무를 고려한 것이다. 물론 그 문언상 비밀로 관리해야 하는 게 요구되므로, 개정 후에도 비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비밀성이 부정될 가능성은 있다. 향후 구체적 사례에서의 비밀관리성의 인정기준은 법원의 판례에 의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 판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확대 및 형사벌칙 강화이다. 회사 직원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회사의 영업비밀을 가지고 퇴사한 경우, 개정 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면 영업비밀의 단순유출뿐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공개가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었고, 실무는 이를 업무상 배임 등으로 처벌했다. 그런데 개정법은 위와 같은 행위를 포함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부정한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지정된 장소 밖으로 무단 유출하거나 반환·삭제 요구에 불응하는 행위, 부정한 목적이 없더라도절취·기만·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및 이러한 행위가 있었음을 알면서 그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는 행위도 모두 영업비밀 침해죄의 처벌 대상으로 포함했다. 또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한 법정형도 대폭 상향시켰다. 이로써 회사는 부정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영업비밀의 단순유출이나 취득 및 사용행위 등도 형사처벌이라는 제재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료의 반출 영역을 명확히 하고 자료의반환·삭제 요구에 응할 의무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회사로서는 사전 예방 조치로서 영업비밀의 관리 및 반출체계, 인력관리체계 등을 정비할 필요성도 더욱 커지게 됐다. 개정법 시행 전에 이러한 체계를 재점검하고 직원들에 대한 사전교육의 필요성도 커졌다.

셋째, 특허침해 입증이 좀 더 용이하게 됐다. 한국 특허소송에서는 소송 절차상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침해자의 제품, 서비스 등의 구체적 실시 태양을 파악하기 곤란해 특허침해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한국 특허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꾸준히 거론됐으며 이를 위해 민사소송법에 없는 자료제출명령제도 등이 이미 도입된 바 있다. 개정 특허법은 여기서 더 나아가 특허권자 등이 침해자의 침해 태양을 주장하면, 이제는 특허권자 등이 아니라 그것을 부인하는 침해자 측에서 자기의 구체적 행위 태양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그에 불응하면 법원은 특허권자 등이 주장하는 침해행위의 구체적 행위 태양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특허권자 등은 침해자의 구체적인 행위 태양이 무엇인지 좀 더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규정은 개정 특허법 시행 후 최초로 청구되는 특허소송부터 적용되므로 특허침해소송의 제기 시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넷째, 특허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다. 개정 전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법하에서는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원칙에 따라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는 한 그로 인한 손해배상액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로 인해 법원에서 실제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수가 권리자가 요구하는 것에 비교해 낮았고, 침해자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보다는 일단 침해를 통해 이익을 얻고 나중에 침해가 적발되면 금전으로 배상하면 된다는 인식까지도 형성돼 있었다. 개정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은 특허침해나 영업비밀 침해가 고의적이라고 인정되면 실제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침해행위가 고의적인지는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피해 규모,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침해행위의 기간 및 횟수,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 침해자의 재산상태,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등 총 8가지 사항을 고려하도록 했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으로 실제 침해소송에서 고의적인 침해자로부터 보다 현실적인 손해를 회복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기존에 왜곡된 기술거래 시장질서가 시정되고 기업 간 기술의 라이선스계약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 기대된다. 이에 맞춰 특허권자 등은 침해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미리 특허권 등의 존재 및 침해 사실을 고지하는 등 위 8가지 사항을 고려한 제반 조치를 미리 취한 후 이를 증거로 남겨 놓을 필요가 있고, 침해자로 지목되거나 될 우려가 있는 자는 고의적인 침해로 인정되지 않도록 미리 특허권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 특허권 등에 대한 회피설계의 정당성 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의 의견서 등을 미리 남겨 놓을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보유자 및 특허권자 등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침해하거나 기술정보를 빼앗는 행위에 관해 중소기업의 분쟁대응 상 어려움을 완화하고 현실적인 손해 배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가 포함됐다. 다만, 개정법은 반드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그 반대의 경우(예컨대, 중소기업이대기업의 기술이나영업비밀을 침해하는경우)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고, 대기업 상호 간 및 중소기업 상호 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개정법 규정이 지나치게 권리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돼 행여나 억울한 반대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그 실제 적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 김철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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