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연초 서울 채권시장에 '밀리면 사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 전망 등 시장금리 하락 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류 등 대외금리 상승 이벤트가 출현하고 있어서다.

8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과 10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3bp와 0.5bp 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을 상황에 따라 빠르게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해 대외금리가 오른 영향을 받았다.

지난 4일 미국 10년물 금리는 11.33bp 오른 2.6682%, 2년물 금리는 10.51bp 상승한 2.4917%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진 점은 시장금리 하락 요인이지만, 주가 상승 등 자산시장 경로를 거치면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A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밀리면 사자'란 생각으로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며 "경기 부진에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금리가 오르는 상황은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취롱불패(매수 포지션을 취하면 패하지 않는다)란 인식이 대부분이다"며 "국내 기준금리 전망이 동결을 넘어 인하까지 넘보는 상황에서 애매할 때는 매수로 접근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와 달리 국내 채권시장은 크게 밀리지 않는 모양새다.

밀리면 사겠다는 대기 매수세가 활발하게 유입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C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수급상으로 연초에는 기관과 공자기금 등의 집행이 몰린다"며 "풍부한 유동성에 채권시장은 강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장기를 중심으로 국채선물을 대거 사들인 점도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전일 3년 10년 국채선물을 4천659계약 순매수했다.

미·중 무역 협상도 매수를 노리는 국내 채권시장 참가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되면 위험 선호를 자극해 채권 금리가 오를 수 있어서다.

미국과 중국 대표단은 지난 7일(현지시각)부터 이틀 일정으로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차관급 협상을 시작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아직 흐름을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D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국내 채권 금리는 연말 미국 금리가 많이 내릴 때도 별로 내리지 않았다"며 "미국은 경제 지표가 좋지만 한국, 중국, 유럽은 좋지 않아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2.8073%에 머물던 미국 10년 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각) 2.5549%까지 25bp 넘게 내렸다. 같은 기간(12월 27일~1월 4일) 국고채 10년물 금리(최종호가수익률)는 2.9bp 올랐다.

그는 "아직 연초라 시장 포지션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 수 없는 만큼 좀 더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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