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이달 중순 임원 인사를 앞두고 일부 부원장보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장들은 오히려 부원장보 승진을 고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 임기 3년을 채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원장보로 금감원을 퇴직할 경우 특별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속사정이 있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일부 국장들은 부원장보로의 승진을 거부하며 인사 검증에 동의하지 않았다.

금감원 임원이 되려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인사 검증을 받는 임원 후보는 김동성 기획조정국장,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이진석 은행감독국장, 이창욱 보험감독국장,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 등 5명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일부 국장이 인사 검증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부원장보에 올라가 임기를 못 채우고 옷을 벗는 것보다 국장으로 조직에 오래 남아 있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부원장보 임기는 3년이지만 통상 금감원장의 임기에 맞춰 1~2년 정도 일하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장직은 보임이 해지되더라도 임금 피크제를 적용받으며 만 60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퇴직 이후 3년간 민간 금융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는 취업 제한 규정은 국장과 부원장보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며 "다만 부원장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부원장보 자리를 꺼리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부원장보로 승진하는 것이 오히려 금전적인 측면에서 이득이 적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단순히 연봉만 비교하면 부원장보가 국장보다 5천만 원가량 높다. 부원장보는 약 2억 원, 국장은 약 1억 5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문제는 특별퇴직금이다. 특별퇴직금은 금감원에 20년 이상 재직한 뒤 60세 정년을 앞두고 퇴직한 직원에게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에 따라 부여하는 급여다.

60세 정년을 앞두고 퇴직한 국장은 직원으로 분류돼 특별퇴직금을 받지만, 임원에 해당하는 부원장보는 퇴직 시 특별퇴직금이 없다. 국장에서 부원장보로 승진할 때도 별도의 특별퇴직금을 정산받지 않는다.

즉 임원이 되면 특별퇴직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54세 퇴직자의 경우 특별퇴직금은 1억 원 수준에 달한다.

또 부원장보가 받는 성과급도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실태평가에서 'C' 등급을 받은 탓에 'A'를 받았을 때와 비교해 연간 기준 약 4천만 원이나 깎였다.

이러한 속사정으로 부원장보로 승진하느니 국장급에 눌러앉았다가 퇴직할 때 많게는 1억 원에 달하는 특별퇴직금을 받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임원은 조직 내에서 '별'이지만 국·팀장급이 임원 승진을 꺼리게 된 데는 임기의 불안정성과 처우 등 종합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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