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지난해 연기금 보유 채권의 듀레이션이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 폭으로 확대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연기금이 보유한 채권의 듀레이션은 5.19년으로 전년 말의 4.69년에 비해 0.5년 늘어났다.

듀레이션이란 채권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작년 상승 폭은 200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크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2년 0.42년(3.18년→3.60년)과 2015년 0.40년(3.92년→4.32년) 등이 듀레이션 확대 폭이 가장 컸다.

2009년에는 연초 3.06년이던 듀레이션이 연말에 2.98년으로 0.08년 축소되기도 했다.

작년에 연기금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이 급등한 이유는 연기금이 장기 채권 공급 확대와 정책금리 상승 등에 대응해 중장기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3월에 3천250억 원, 6월에 5천400억 원, 9월에 6천600억 원, 12월에 6천억 원 규모로 국고채 50년물을 발행하는 등 초장기채 공급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시장 전체의 듀레이션이 길어지자 연기금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시장 변화분을 반영해 듀레이션을 확대했다.

기재부는 작년에 탄탄한 수요를 확인했다는 판단하에 올해는 2월부터 격월로 회당 5천억 원 안팎 규모로 국고채 50년물을 시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필요하면 3월과 9월에 추가 발행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해 연기금이 단기 채권 비중을 줄이고 중장기 채권 비중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연기금이 금리 인상으로 단기물에서 평가손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단기물을 처분하고 중장기물 보유 비중을 확대한 것이 듀레이션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은 작년 11월1일부터 전일까지 만기 1년 이하 채권을 9조3천200억 원, 만기 2년 이하 채권을 1천651억 원 규모로 매도했지만, 만기 5년 초과 10년 이하 채권은 4조9천141억 원, 10년 초과 채권은 3조808억 원어치 사들였다.

채권시장에선 향후 연기금 보유 채권의 듀레이션 확대 속도는 장기채 공급과 금리 전망 등이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기금 운용역은 "초장기채 공급이 계속되는 만큼 올해 시장 전체의 듀레이션은 늘어날 것"이라며 "반면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비둘기파 행보를 고려할 때 국내외 금리의 방향성은 아래쪽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상충하는 두 재료의 상호작용이 연기금 보유 채권 듀레이션의 확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일 연기금 보유 채권의 듀레이션은 5.23년을 나타냈다.

작년 9월 10일 처음으로 5.00년 선을 넘어선 이 수치는 이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지속하며 같은 해 12월 5.20년 선 위로 올라섰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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