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삼성전자가 7분기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들고나오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반도체 부문은 그동안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업황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은 10조8천억원의 잠정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0%, 영업이익은 38.53% 급감한 수준이다.

특히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적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의 원인으로는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이 지목된다.

반도체 공급 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가격도 안정되고 거래처들이 재고부터 관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부터 팽배했다.

문제는 속도다. 업계에서는 아무리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삼성전자 실적이 타격을 입더라도 지난해 4분기에 최소 12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은 내줄 것으로 기대했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종합(화면번호 8031)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3조3천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액은 63조억원, 당기순이익은 13조6천억원으로 추산됐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전망치들을 봐도 영업이익은 11조원 후반대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날 잠정 실적이 어닝 쇼크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업황 악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 분기에만 1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9조원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M(IT·모바일) 부문은 갤럭시 S9과 노트9의 판매가 부진해 1조6천억~1조8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디스플레이패널(DP)은 1조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해석됐다.

소비자 가전(CE)의 영업이익은 1조원을 밑돌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도 그리 좋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10조원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며 "거시 경제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고객사들이 보유 재고를 소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기 문이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연말 상여금 등이 포함돼 비용 부담도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목표달성 장려금(TAI)을 부문별로 차등 지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성과급을 반도체 2차 협력사까지 지급했다.

임직원 성과급은 부문별로 기본급의 100~500%로, DS부문 상주 2차 협력사에는 총 43조2천억원의 인센티브를 줬다. TAI는 기본급 기준 25~100% 정도로 알려졌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빗 그로스(bit growth)'가 수요 둔화로 분기 초의 가이던스를 크게 하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별상여금 등 일회성 비용도 1조원보다 크게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쳤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여도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낙관에서다. 실제로 지난 3분기에도 영업이익은 17조원으로 신기록을 세우며 우려를 잠재우는 듯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연간 전체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은 243조5천100억원, 영업이익은 58조8천900억원의 실적이 예상됐다. 매출은 전년의 239조5천800억원 대비 1.64%, 영업이익은 53조6천500억원 대비 9.7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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