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반도체의 슈퍼호황 사이클이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기업의 실적은 물론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각종 거시지표도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실적 속보치를 통해서 지난해 연간으로 매출 243조5천100억원과 영업이익 58조8천9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슈퍼호황에 기대어 역대 최대의 성적표를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기대보다 오히려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반도체 호황이 마무리되면서 삼성전자가 당초 예상했던 실적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8천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지난 분기보다 39% 급감했다.

특히, 작년 4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는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당초 증권업계의 컨센서스는 13조6천억원 정도였다. 시장 전망치보다 무려 3조원 가까이 낮은 영업이익에 그친 셈이다.

반도체산업의 둔화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물론 각종 거시경제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조업을 사실상 견인해왔던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50억6천만달러에 그쳤다. 전년 동월의 74억3천만달러 대비 31.9% 줄었다. 전월보다는 무려 44.9%나 급감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세계교역량이 줄어든 가운데 대내적으로 반도체 경기정점 논란에 수출단가가 둔화했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의 단가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연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에서 지난해 12월 수출이 484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2% 줄어든 것도 반도체 실적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대형 정보통신(IT) 기업의 데이터 센터 투자 조정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했다.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광공업생산이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데에도 반도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11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1.7%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 생산이 5.2%나 급감했다. 아울러 반도체 출하지수는 전월보다 무려 16.3% 줄었다. 이러한 감소 폭은 지난 2008년 12월 18.0% 감소한 후 거의 10년 만에 최대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작년 11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5.1%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둔화가 국내 거시지표 둔화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2월에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면서 "데이터센터 건립이 지연되는 등 반도체 경기 논란이 있다. 11월 수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