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지난 2017년 바이백(국고채 매입) 취소 사태에 대해 검찰 고발이 이뤄진 것은 바이백 개념을 혼동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지난 7일 고발했다.

청와대가 기재부를 압박해 초과 세수가 있는데도 국채 발행을 시도해 전 정권의 부채비율을 조작하려 했고,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을 취소해 국가재정에 손실을 끼쳤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바이백 개념상 이에 대한 취소가 국가재정 손실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바이백은 시중에 유통된 국고채를 만기 전 사들인다는 점에서 조기상환과 같지만, 사들인 만큼 다시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정 만기에 몰린 빚을 갚기 위해 다른 만기로 돈을 빌리는 셈이다. 따라서 일부 채권의 만기만 바뀔 뿐 국고채 잔액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2017년 기재부가 계획대로 1조 원 규모 바이백을 실시했다면, 다음 달 1조 원 국고채를 추가 발행해야 했다는 의미다.

채권시장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국고채 3년 금리는 바이백 취소 당일(14일) 하루 전보다 3.1bp 올랐지만, 다음날인 15일에는 3.4bp 내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한국당이 바이백을 조기상환과 혼동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조기상환은 초과 세수 등 여유 재원으로 국고채를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백과 다르게 조기 상환할 경우, 국고채 잔액은 줄어든다.

기재부가 바이백이 아니라 조기상환을 취소했다고 보면 돈을 제때 갚지 않아 이자 비용이 늘어났고, 불필요한 자금을 지출해서 국고에 손실을 입혔다는 논리가 완성된다.

실제 채권시장에서도 조기상환과 바이백의 개념을 혼동해 사용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오해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차환하려던 것을 안 했다고 국고에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바이백 이슈가 정쟁의 대상이 된 것 같다"며 "실체와 상관없이 논란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적자 국채 발행 시도 등 일련의 사태도 국고손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참가자들의 시각이다.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을 검토했고, 이를 위해 바이백을 취소했지만 결국 기재부 원안대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조계도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변호사는 "구성요건상 손실이 발생해야 처벌할 수 있다"며 "손실 입힐 것을 미리 알아야 하는데 그런 고의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설령 손실을 입증하더라도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은 1999년 6월 국고손실 혐의와 관련 "…회계 관계 직원이 관계 법령에 따르지 아니한 사무처리를 하였다 하더라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한 때에는 위 국고 등 손실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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