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대박을 쳐 이름을 날린 헤지펀드 투자자 스티브 아이즈만이 회사채 시장에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즈만은 영화 '빅숏'의 동명 원작인 마이클 루이스의 책에서 주인공으로 그려진 인물이다.

8일(현지시각) 미국 CNBC에 따르면 아이즈만은 은행들이 투자적격등급의 최하단인 'BBB' 회사채에 투자를 꺼린다며 유동성 문제로 위기가 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투자적격 회사채 시장에서 역할을 축소하는 추세라며 투자자들이 'BBB' 채권시장에서 앞다퉈 탈출하려 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즈만은 "'BBB' 회사채 시장은 규모 그 자체보다 유동성이 문제"라며 "시장 전반에 걸쳐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BBB' 등급 회사채 시장의 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선다.

'BBB' 등급은 위험도가 높아 금리가 높게 붙지만, 투자적격등급인 만큼 수요가 풍부했다. 그런 이유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채권과 비교해 투자 수익률이 높았으나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에는 위험자산을 정리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투자 실적이 저조했다.

CNBC는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위험 자산의 투자 비율을 낮추도록 압박을 받아왔다"며 "그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도 예전만큼 보유할 수 없게 됐고 자연스럽게 시장 구축자로서 수행했던 역할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아이즈만은 또 신용 여건이 악화하면 일부 대형 기업의 신용등급이 투기 영역으로 떨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침체기에 접어들면 신용이 투자적격등급 최하단이면서 부채가 많은 기업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즈만은 금융위기 이전부터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문제가 생길 것을 예측해 신용디폴트스와프(CDS)를 대거 사들여 큰돈을 벌었다. 그가 운용했던 헤지펀드 프론트 포인트 파트너스의 자산은 금융위기 동안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어났다.

아이즈만은 지난 2014년 누버거 베르만에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합류해 현재 8억달러 수준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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