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우리은행 직원들이 성과급과 배당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부터 성과에 연동해 성과급이 지급되는 데 따라 주주 몫인 배당이 늘면 직원들의 몫인 성과급은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은행 직원들은 대부분 우리사주조합원이라 성과급이 줄더라도 배당이 늘면 소득이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까지 보로금 명목으로 지급하던 성과급을 올해부터는 성과에 연동해 지급할 계획이다.

성과연동제 도입이라는 큰 틀에 노사가 합의했고, 세부 항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가 성과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나 경상이익을 잡을 경우 배당을 많이 할수록 우리은행 직원들의 성과급 규모는 줄어든다.

당기순이익과 경상이익 모두 영업이익에서 배당금을 빼고서 산출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그러나 대부분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이 줄기만을 바라지도 않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은행 경영진과 노동조합은 직원들과 주주 모두를 만족시킬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노조원인 동시에 주주로서 겪는 딜레마는 성과급에 관련된 것뿐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우리사주 비율이 은행권에서 가장 높아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경우 주주총회 통과 확률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다.

우리은행 노조는 그러나 사외이사를 추천해 주총을 통과할 경우 발생할 역풍도 고려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금융권 최초로 노동이사가 우리은행에서 탄생할 경우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노조원인 동시에 주주이기도 한 직원들이 반발할 수 있어 우리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을 미뤄놓은 상태다.

우리은행 노조는 높은 우리사주 비율을 바탕으로 다른 은행보다 경영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악화할 경우 우리은행 노조는 쟁의행위뿐 아니라 임시 주총 소집이라는 카드도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 우리사주 비율은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는 3%를 훌쩍 넘어선 5.63%에 달한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4.64%로 우리사주 비율이 높은 편일 뿐, KB금융지주는 0.55%, 하나금융지주는 0.86%로 주총에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우리사주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아 주식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주식 매수가 완료되면 우리은행의 우리사주 비율은 6%대로 올라갈 전망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또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과 같은 기회를 활용해 우리사주 비율을 계속 높일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사주 비율이 높기 때문에 우리은행 경영진에 노조는 무시할 수 없는 협상 파트너다"며 "노조 역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의 주장만 마냥 내세울 수는 없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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