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황윤정 기자 = 뼛속부터 채권맨이라 평가받는 그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도전한다. 선물회사를 인수해 증권사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한 이인혁 KR투자증권 대표이사(사장)의 이야기다.

이인혁 대표는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증권사 CEO가 됐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채권시장 관련 비즈니스다"라며 "KR투자증권을 채권 전문 특화 증권사로서, 작지만 탄탄한 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KR선물 지분 23.1%를 인수하면서 신임 대표에 올랐다. KR선물은 지난해 말 채무증권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고서 KR투자증권이라는 새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 대표는 "금융위 인가를 받은 이후 현재 채권매매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달 안에는 해당 시스템을 완비하려고 한다"며 "채권 전문 인력에 대한 영입 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다음 달부터 10여명이 입사할 예정이며 추후 40여명의 직원을 채용해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원활한 채권시장 비즈니스를 위해 자기자본을 키우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파생상품 중개업과 채권투자매매업을 하는 데 현재 자본 여건으로는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2년 조흥증권에 입사한 뒤 부국증권과 한맥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을 거치는 동안 25년 가까이 채권시장에 몸을 담은 정통 '채권맨'이다. 채권 전문 증권사를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 속에 그의 행보에 채권시장과 증권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음은 이인혁 대표와의 일문일답.



-자본잠식 중인 KR선물을 인수하게 된 계기는.

▲작년 7월 KR선물의 기존 대주주가 보유하던 주식을 전량 인수한 뒤, 8월부터 KR선물의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비록 작고 파생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선물회사지만, 제가 비교적 잘 아는 채권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 작지만 탄탄한 회사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최근 10여년 금융업계에서 새로운 증권사나 선물사 같은 금융투자업자의 인허가가 없는 와중에 그나마 남아있는 회사 중 하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금융업계 종사자로서 많은 고민을 한 후 인수하게 됐다.

-작년 12월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어떤 안건들이 있었나.

▲금융위원회로부터 채무증권 투자매매업을 인가받아서 증권업을 시작할 수 있게 돼 사명 변경과 정관 변경을 했다. 앞으로 회사 재무의 안정성을 위해 유상증자를 할 계획인데, 당사가 현재 자본잠식 중이라 액면가 이상 증자를 하기가 쉽지 않아 액면 미달 신주발행을 위한 최저 발행가액 및 발행주식수 결정에 관한 사항도 포함됐다.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했는데.

▲파생상품 중개업과 채무증권 투자매매업을 영위하는데 현재 당사 자본여건으로는 이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아 제3자 배정을 통한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법원에서 인가가 나올 경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절차를 통해 약 1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다.

-사명에 'KR'을 고수한 이유가 있나.

▲채무증권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아 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는데, 임직원들과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파생상품 시장에서 약 30년간 유지해온 기존 KR선물의 이름을 그대로 쓰자는 의견이 많았다. 채무증권 투자매매업을 시작할 때 기존의 파생상품 고객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KR투자증권을 사용하게 됐다.

-선물사에서 거듭나 증권사로서의 공식 출범이다. 앞으로 계획은?

▲유상증자까지 마무리가 되면 첫 번째로 한국거래소에 채무증권 회원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업계 최고의 보상시스템을 마련해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채무증권 투자매매업(인수포함) 및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 인허가를 취득해 채권에 관한 한 모든 업무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채무증권 전문 강소 특화 증권사의 역량을 갖추려고 한다. 또한 올해 필요에 따라 추가 증자를 통해 회사 재무구조도 탄탄하게 변화시킬 계획이다.

-채권 전문 증권사로서 전문인력 충원 등 구체적인 계획은?

▲작년 12월 19일 금융위 인가 이후 현재는 채권매매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행 BOK-wire, 예탁결제원, 증권금융, 한국거래소, 자금중개회사 등과 채권매매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업무를 1월 중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2월 증자후 거래소와 협의해 채권 장내매매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며, 이와 더불어 채권 관련 인력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10여명 입사예정이다. 향후 회사의 자금 및 여러 가지 제반 시스템이 안정된 후 빠른 시일 내 적극적으로 인력을 충원해 향후 40여명의 직원을 채용하고서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려고 한다.

-현재 채권 중개 이외에 채권 매매도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우리 회사가 금융위로부터 받은 업무 인가 단위는 국채와 지방채, 특수채를 전문으로 매매하는 업무다. 따라서 시장참여자로서 차익거래 및 포지션 매매가 가능하며, 당사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제반 여건이 허용하는 한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KR투자증권의 생존 전략은?

▲국내 많은 금융투자업자들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점점 더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금이 비교적 열악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신들의 장점이 많은 사업영역에 특화하고 집중해 좋은 성과를 내는 곳도 많다. KR투자증권 역시 대형 증권사와는 차별화된 당사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집중해 내실이 알찬 회사로 거듭나려고 한다. 다른 금융투자업자들과 비교해 KR투자증권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다. 그러기에 초심을 가지고 한 단계씩 발을 디디려 한다. 파생상품 중개업과 채무증권 투자매매업, 부수업무 및 겸영업무 등을 기초로 탄탄한 주춧돌을 쌓듯이 회사의 내실을 강화해 알찬 채권 전문 특화증권사로 거듭날 것이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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