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스타 애널리스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은 지난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9%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한 달 뒤 KCGI는 한진칼 지분 1.81%를 추가로 더 사들여 10.81%로 만들었다. 물론 9%와 10.81%는 언뜻 보면 단순히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자본시장법상 10%를 기준으로 사모펀드의 성격이 경영참여형, 전문투자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개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KCGI 입장에서는 한진칼 보유 지분을 10%를 넘겨야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다. 전문투자형 펀드라면 10%를 넘는 지분은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이른바 '10%룰'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에 따르면 앞으로는 KCGI처럼 10%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이라는 구분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10% 이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 지분 3%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엘리엇과 같은 사모펀드가 한국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사모펀드가 소수 지분으로도 배당성향 확대, 비핵심 자산 매각, 이사진 교체 등 여러 방향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적이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파트너는 9일 "과거처럼 사모펀드의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한 펀드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며 "특히, 주주행동주의를 고려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아울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업무집행사원(GP)에 대한 검사ㆍ감독 능력이 있는 기관(LP)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개입은 최소화한다.

금융당국은 시스템 리스크,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만 검사ㆍ감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명목상은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시스템 리스크 또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욱 개입이 강화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는 투자자 기반을 위해 사모펀드의 범위도 재정립했다.

기존 49인 이하에서 미국처럼 100인으로 확대한 것인데, 투자자 풀을 확대해 자금 조달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이와 같은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