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연초부터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달러-원 환율 전략을 짜는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1,110∼1,130원대의 좁은 레인지 흐름이 반복되다 보니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대다수였다.

A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9일 "포지션을 길게 끌고 가면서 한해 장사를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하루 10원씩 오르고 내린다"며 "짧게만 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5년 평균 환율 레인지보다 작년이 훨씬 좁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올해 목표 수익(버짓)을 줄이고 싶은 게 외은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보통 1월이나 1분기에는 방향이 잡히면서 수익이 나지만, 작년에는 3월 스와프 급락장에 1분기가 나빴다"며 "올해 시작이 안 좋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 딜러는 "수급상 1,110원대 매수세와 1,120원대의 매도 물량을 뚫을 만큼 딜러들의 힘이 강하지 않다"며 "어차피 네고에 롱스톱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연초부터 힘들어질 수 있으니,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영향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길게 보면 레인지를 뚫고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치적 영향에 과연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도 네고를 쏟아낼 만큼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C 외은 딜러는 "이자율 시장은 변동성이 있지만, 외환시장은 방향을 알 수 없다"며 "연초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할 때, 일부 역외 투자자들은 1,170원을 얘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달러-원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 실적에 따른 수출 경기 부진은 달러-원 레인지 하단을 중간 정도로 올리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당히 낮고, 우리나라만의 고유 리스크가 없다"며 "작년 400억 달러를 샀던 국민연금이 올해는 작년 대비 300억 달러 매수세를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1,100∼1,150원 레인지를 깰 재료가 없다. 방향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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