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신년 들어기다리던 '파월 풋'이 나왔다.

지난주 전미경제학회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완벽한 비둘기로 변신했고,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에 '인내심, 유연성' 등을 언급했고,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 역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시장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줬다"는 월가의 평가가 나왔다.

때마침 12월 미국 고용시장의 탄탄함도 다시 확인돼 경기 침체 우려를 잠재웠다.

내리기만 하던 주가는 탄력 있게 반등했고, 오르기만 하던 미 국채 값도 하락한 뒤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투자 심리를 달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금리 전망은 더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파월 의장의 다소 매파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기자회견과 제조업 지표 부진 등으로 비관론이 가득했을 때 시장은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던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빠르게 돌아섰다.

인상 가능성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인하만을 전망하는 극도의 쏠림이 있다가 파월 의장의 비둘기 변신 전후로 금리 인하 가능성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강한 경제지표도 한몫했다.









어쩌면 다시 원점이다. '설마 인하까지 가겠느냐'는 의심 속에서 '인상하기에도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4명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새로 투표권을 갖는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매'부터 '대표적인 비둘기'까지 다양하게 포진해있다.

마침 새로운 인물들의 색깔을 엿볼 수 있는 연설이 지난 9일나왔다.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인식되는 불러드 총재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며 "금리를 더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해에도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 에반스, 로젠그렌 총재는 매파로 분류된다.

에반스와 로젠그렌 총재는 이날 변화된 톤을 나타내 관심이 모아졌다.

로젠그렌 총재는 "경제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연준이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고, 에반스 총재 역시 "연준은 다음 금리 인상까지 여러 가지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은 경기 과열과 자산 버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에반스 총재는 중립금리도 시장보다 높은 3~3.25%로 추정했고, 올해 4번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지난해부터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12월 금리 인상으로 중립금리에 더 많이 다가갔다고 뒤로 한발물러났다.

가장 매파인 조지 총재는 올해 들어 아직까지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낮은 차임금리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치고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운다면서 금리 인상을 지속해서 주장해 왔다. 올해 FOMC에서도 조지 총재는 금리 인상 필요 주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서는 불러드 총재를 비롯해 에반스 총재와 로젠그렌 총재는 경제 여건에 따라 자신들의 시각을 급격히 전환한 경력이 있는 만큼 올해에도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연준은 뉴욕 연은 총재를 제외한 지역 연은 총재 중 FOMC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위원을 매년 교체한다.

FOMC는 12명으로 구성된다. 7명의 연준 이사회 멤버와 뉴욕 연은 총재, 11명의 총재 가운데 4명의 지역 연은 총재가 참여한다.

지난해 멤버 변화는 많았지만, 투표권을 가진 FOMC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4번의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올해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연준 역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보스틱 총재는 연준이 인내심을 가져야 할 시간이라며 비둘기에 힘을 실었다. 시장에서는 좌파 성향의 그가 소수파를 원해 금리 인하론에 설 것이라고 끊임 없이 예상했다.

최근 파월 의장을 비롯 비둘기 위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12월 FOMC 의사록에서도 의견 차이가 생겨나는 등 비둘기 색깔이 짙어졌다. 연준이 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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