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올해 종합검사 시행을 앞두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종합검사 부활 취지와는 달리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는 시장의 오해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 8일 임원 회의에서 종합검사 실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는 종합건강검진과 같은 건데 금융회사들이 마치 과거와 같은 징벌적 검사가 부활하는 것으로 오해한다"면서 "잘 하는 금융사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검부담을 완화하는 등 유인부합적 검사라는 점을 강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2015년 종합검사를 사실상 폐지했다가 지난해 윤 원장이 취임하면서 부활했다. 지난해까지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특정 영역만 살펴보던 것을 종합검사로 전환해 업무 영역 전체를 진단하겠다는 것이다.

종합검사 폐지 후 검사 기간이 짧아지고 강도가 낮아지면서 대형 금융사의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그 결과 삼성증권 배당 오류 등 금융사고들이 잇따라 터져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위와 종합검사 대상 회사, 일정 등을 놓고 실무협의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3월께 본격 실시할 전망이다.

윤 원장은 과거 관행적인 백화점식 종합검사가 아닌 핵심 리스크에 집중하는 유인부합적 검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감원이 지난해 즉시연금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삼성생명을 올해 종합검사 대상 후보에 올리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보복성 검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취지가 달라졌다 해도 막상 종합검사에 들어가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칼을 차고 있는 금감원을 당해낼 수가 없다"면서 "징벌적 조치라는 얘기가 나오는데도 굳이 종합검사를 하겠다는 걸 보면 이전과 같은 군기 잡기식 검사로 변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국회가 종합검사 부활에 대해 우려하는 점도 금감원의 부담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종합검사 재개에 따른 금융사의 수검 부담 문제를 거론하자 "금감원이 금융사의 부담을 줄이고자 종합검사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부활하는 데 우려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규정상 종합검사에 대해 금융위에 보고하게 돼 있고, 사전에 금융위와 안건을 협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올해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하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나 검사 주기 등을 고려해 삼성생명을 종합검사 대상에 올렸어도 금융위에서 보복성 검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시기를 뒤로 늦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의 오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올해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할 것"이라며 "과거 종합검사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종합검사 부활이 정부의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개혁'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꼭 종합검사를 부활시키지 않고도 기존 경영실태평가 기간과 대상을 늘려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검사를 강화할 수 있었을 텐데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면서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윤 원장이 처음 의지대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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