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올해 부동산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투자를 늘려온 증권사의 우발채무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증권사 우발채무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최근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큰 문제로 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총 우발채무는 34조원에 달하는 등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산담보기업어음(ABCP) 등의 매입보장과 같은 유동성 공여보다 리스크가 큰 신용공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공여는 시공사의 신용 이슈가 발생해도 약정을 한 증권사의 의무가 면탈되지 않는다.





신용평가사들은 일부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증권사 재무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증권업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들어 금융환경과 실물자산(부동산)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발채무는 현실화 상황에서 증권사가 신규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권사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규제 대출 강화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입주 포기, 잔금 납부 지연 등의 유동성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금보충, 책임준공 등 변형된 형태의 증권사 익스포저를 고려하면 전체 익스포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부동산 가격변동뿐 아니라 건설사 신용, 준공시점의 미입주 리스크 등 다양한 위험요인에 노출돼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확대 예방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증권사들은 수도권 등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가 적은 곳을 선별해 투자하거나 부동산 PF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추는 추세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부동산 PF딜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실제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증권사 펀더멘털이 유의미하게 저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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