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독일을 방문한다.

ECB의 위기 대응책에 독일이 사사건건 반대한 전례를 생각한다면 이번 방문이 유쾌한 분위기를 띠지 못할 것임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독일의 강경한 반대 노선을 반영해 독일 의회를 '호랑이 굴'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이 살기를 띠고 적을 기다린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일각에선 그들이 가져오지도 않은 부채 위기로 3년 넘게 시달린 독일 의원들이 오히려 드라기 총재를 환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독일로서는 누군가 돈주머니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ECB 재원도 결국 회원국에서 나오지만 현 단계에서는 구제금융 자체를 거부하기보단 구제비용 부담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더 영리한 접근법일 것이다.

독일 의회에는 자유민주당 프랑크 쉐플러 의원과 같이 드라기 총재가 독일이 원하지도 않은 통화연맹 법규를 바꿔버렸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기독민주당의 미하엘 슈튀브겐 유럽 대변인과 같이 ECB의 계획이 바로 유럽이 원하던 것으로서 ECB는 회원국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여지를 줬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 더 많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최근 유화적인 자세로 틀어, 독일이 유럽 차원의 구제금융에 서명할 의사가 있음이 확인됐다. 독일은 드라기 총재를 수세로 몬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의회 전체가 아닌 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회동을 준비했으며 예정됐던 중계방송도 취소하는 성의를 보였다.

과거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독일에 맞서려면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부채 위기가 독일의 고자세마저 누그러뜨린 듯 보인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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