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 수익률 곡선(커브)의 경기 예측 능력이 과거보다 약화했다 하더라도, 커브 자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현지시간) "채권 투자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더욱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최근 다섯 차례의 경기 침체마다 미국 국채시장의 장단기 금리는 선행적으로 역전했다.

프래틀이란 연구기관에 따르면 기업 컨퍼런스콜에서 채권 커브가 언급되는 경우는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고, 특히 금융 회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채권 커브는 지난 2년간 평탄화했는데, 주로 연준이 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를 점진적인 속도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간 전개된 커브 플래트닝은 양상이 다소 다르다. 장기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연준이 그동안 금리인상에 과도하게 움직였고,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됐다.

매체는 "당신이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지는 커브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지, 침체를 야기하는지, 또는 두 경우 모두인지에 따라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커브 역전이 경기 침체 자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JP모건의 제시 에드거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데 채권 커브보다 더욱 뛰어난 과거 기록을 보인다"며 "지금 지표상으로는 경기 침체 확률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며 "즉, 채권투자자와 커브는 단순히 침체를 예측하지 않고 침체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장기금리)와 예금금리(단기금리) 격차가 축소되면 대출 수익성이 떨어진다. 금융기관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심리적인 영향도 있다.

채권의 안정성을 보고 몰려드는 투자자는 금리를 끌어내리고, 위험한 주식과 회사채 등은 팔아치운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크레디트물 여건을 긴축하고 가계 자산을 위축하면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준다.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두려움을 조장하기도 한다.

매체는 "투자자와 기업, 소비자가 경기 침체를 예상하면, 그들은 투자와 지출, 고용 등을 줄인다"며 "그러면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분석했다.

연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커브 역전으로 대출기관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커브 역전이 경기 둔화와 대출 여건 악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향을 모든 요인이 경기 펀더멘털에 작용한다면 연준은 커브를 무시할 수도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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