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 국·실장 연령이 50대 초반으로 젊어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후 첫인사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택한 것은 인사 적체 해소와 인사에 불만이 있는 일부 부원장보의 용퇴를 위한 명분 쌓기로 해석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부국장과 팀장 30명을 승진시키고 부서장의 80%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윤 원장 취임 후 처음 실시하는 인사로,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으로 분리한 2008년 이후 최대 폭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윤 원장이 대폭 인사에 나선 것은 내부 인사 적체로 승진이 어려운 40대 직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최근 예산 삭감 등으로 침체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실제로 새로 승진한 30명 중 22명이 1966~1968년생으로 기존 국·실장보다 3~4살 젊어졌다. 그 대신 1963~1964년생 국·실장 30여 명은 모두 후배들에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게 됐다.

윤 원장은 취임 후 인사 적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많은 선배가 후배를 위해 모두 물러나고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승진 인사를 통해 내부 신뢰를 구축하려는 의지로 평가된다.

윤 원장이 이번 국·실장 인사를 통해 부원장보 교체의 명분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윤 원장은 부원장보 9명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선행조치의 성격이지만 일부 임원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 임원은 임기를 1년밖에 채우지 못했다는 점, 퇴임 후 재취업의 어려움 등을 들어 용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임원이 원장의 일괄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건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2002년 이순철 감독·검사 총괄 부원장보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금감원 잔류 의사를 표명하자 업무에서 배제한 바 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윤 원장이 국·실장 인사를 통해 과감한 세대교체 의지를 드러낸 만큼 부원장보 인사도 곧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윤 원장이 청와대의 검증이 필요한 임원 인사에 앞서 이례적으로 국·실장 인사를 먼저 실시한 것도 부원장보들의 용퇴를 독려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 인사로 일부 반발이 있지만, 국실장 인사를 통해 원장이 세대교체 의지를 피력한 만큼 임원들도 후배들을 위해 물러날 수 있다는 마음을 앞서 가져주길 바랄 것"이라며 "인사 숨통을 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이에 대한 원장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부원장보 검증에 올랐던 이창욱 보험감독국장이 유임되고 이진석 은행감독국장이 감찰실 국장으로 옮김에 따라 김동성 기획조정국장,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 등 3명이 부원장보로 승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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