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노출됐다.

금융투자협회는 CD금리를 벤치마크로 등록하거나, 이를 대체할 금리를 개발하는 쪽을 검토하고 있지만 둘 다 쉽지 않다는 게 금융업계의 판단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유럽증권감독기구(ESMA)는 2020년부터 기구에 등록되지 않는 벤치마크를 이용한 금융거래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 CD, KOSPI200, 환율 등이 EU 벤치마크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지금도 문제 많은 CD금리 고시…EU에 등록 가능할까

CD금리가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CD금리는 금투협의 고시증권사가 당일 CD 발행 및 거래명세, 은행채 등 유사채권 수익률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고시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실상은 CD 91일물이 발행될 때만 이에 맞춰서 금리가 움직인다. 증권사의 보수적인 고시 관행이 CD금리를 경직적으로 만드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시장금리가 하락하는데 CD금리만 떨어지지 않은 점을 담합의 징후라고 보고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2016년 담합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CD금리가 시장을 그만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증권사의 기계적인 금리 입력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일부 증권사가 CD금리를 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제출하면서 CD금리가 1bp 상승 고시되는 데 그쳤었다. 증권사가 금리를 잘못 입력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고시한 금투협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었다.

◇ CD금리 대체상품 개발·적용 가능성은

금투협은 CD금리 대체상품 개발을 대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IRS 시장에서만 5천조 이상이 CD금리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시장의 의견이다.

코픽스, 코리보 등은 CD금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CD금리를 기반으로 한 거래 잔액이 많다는 건 CD금리가 그만큼 광범위하게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금투협은 CD금리의 산출방식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매조건부증권(RP)이나 콜금리 등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금리를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벤치마크 금리를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금투협은 주장했다. 미국이나 영국, EU, 일본 등은 중앙은행이 산출 주체가 되어 벤치마크 금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금융거래지표관리법을 기반으로 CD금리를 비롯한 코픽스, 코리보 금리를 총괄하는 별도 조직을 신설해서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



◇ CD금리 등록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ESMA의 벤치마크법 시행이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금융당국과 금투협,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올해 중 CD금리를 벤치마크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EU에 인증받은 기관으로 CD 금리 고시를 이관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CD금리 사용료를 지불해야한다.

CD금리가 벤치마크로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CD 발행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금리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는 게 벤치마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CD금리 고시를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독·제재 권한이 있는 금융당국이 CD금리 고시를 직접 관리하면 고시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완화할 수 있어서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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