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일각서 "2030 월드 베스트 CJ' 순항할 수 있냐"는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CJ그룹의 주력계열사인 CJ CGV가 유형자산의 50%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탓이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2030 월드 베스트 CJ'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30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CJ의 비전이다.

이에 따라 그룹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CGV 등은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CJ CGV 등 일부 계열사의 재무부담이 커져 그룹의 비전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CJ CGV, 2천100억원 규모 유형자산 매각

11일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달 21일 2천100억원 규모의 유형자산을 처분했다. 유형자산은 강릉, 김해, 마산, 서면, 야탑, 인천, 일산, 춘천 등에 있는 토지와 건물이다. 이곳에서 CJ CGV는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CJ CGV가 처분한 유형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CJ CGV 전체 유형자산의 44.8%에 달한다. 전체 유형자산 규모는 4천686억원이다. 유형자산에서 건설 중인 자산은 437억원이다. 이를 뺀 유형자산은 4천249억원이다.

건설 중인 자산을 뺀 유형자산에서 CJ CGV가 이번에 매각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9.4%다. 유형자산의 절반을 매각했다는 얘기다.

CJ CGV는 재무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CJ CGV 재무구조는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악화됐다. CJ CGV 총차입금은 2015년 5천793억원, 2016년 1조709억원, 2017년 1조617억원, 지난해 3분기 1조1천442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재무지표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차입금의존도는 2015년 40.9%에서 지난해 3분기 50.8%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2.5배에서 4.5배가 됐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터키 마스(MARS)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 때문에 CJ CGV의 주요 재무지표가 과거 대비 크게 저하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CJ CGV 관계자는 "유형자산을 매각한 후 임차해 극장을 운영할 것"이라며 "고객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 시장 일각서 "2030 월드 베스트 CJ 순항할 수 있나"

앞서 CJ CGV는 유형자산을 매각하기 전에 종속기업인 CJ CGV베트남홀딩스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다.

실제 CJ CGV베트남홀딩스는 지난해 9월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CJ CGV 베트남홀딩스의 공모 주식 수 571만4천285주다. 신주모집 428만5천714주(75.0%), 구주매출 142만8천571주(25.0%)로 이뤄져 있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8천900원에서 2만3천100원이다.

CJ CGV베트남홀딩스가 상장했다면 CJ CGV는 공모가 최하단 기준으로 270억원을 조달했다. 최상단 기준으로는 330억원이다. 하지만 CJ CGV베트남홀딩스는 상장을 철회했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그 이후 CJ CGV는 유형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CJ CGV가 유형자산의 절반을 팔아 자금을 조달한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며 "그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2030 월드 베스트 CJ' 비전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CJ CGV가 그룹의 주력계열사 중 하나로, '2030 월드 베스트 CJ'를 달성하기 위한 첨병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약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0년까지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에 36조원을 투자하겠다"며 "2030년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수석연구원은 "CJ그룹은 월드 베스트 CJ를 달성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CGV, CJ ENM 등을 앞세워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CJ CGV 등 일부계열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라 투자확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CJ CGV 등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월드 베스트 CJ'를 향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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