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잇달아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 약세로 신흥시장 통화가 강세를 보이지만 아시아 통화는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핵심 인물이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지난해 급락세를 보이던 신흥시장 통화는 최근 강세로 돌아섰다. 특히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러시아 루블화 등의 가치는 3% 이상 뛰며 신흥국 통화 중 가장 강력한 랠리를 보여줬다.

반면 아시아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굼뜨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아시아 통화 중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2.2% 오르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ANZ은행은 인도네시아 10년물 국채금리가 약 8%의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여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루피아 가치를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중국 위안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강한 상황이지만 올해 상승률은 1.5%에 그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강해지진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머지 수출에 민감한 한국이나 대만 등의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는 올해 오히려 하락했다. 올해 인도 루피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나 떨어졌다.

WSJ은 "연준의 완화적 발언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났지만, 중국 경제 둔화와 무역 전쟁 등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TD증권은 투자노트에서 아시아 통화는 중국 경제성장과 무역지표가 악화하는 흐름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대만 통화는 특히 많이 휘둘린다고 진단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또한 채권 수익률이 높으나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현지 자산에 대한 수요가 억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브렌트유 가격이 15% 급등한 점도 수입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인도 경제에 악영향이라고 TD증권은 덧붙였다.

HSBC의 폴 마켓 통화 전략가는 올해 초 일부 신흥국 통화가치가 랠리를 보이는 것은 지난 2016년 초와 흡사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고 자산가치가 저렴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신흥시장이 강력하게 반등한 바 있다.

HSBC는 하지만 "이번 랠리는 3년 전보다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미국 경기 사이클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아시아 국가의 수출 성장세도 꼭짓점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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