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임하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하기만 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휴전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양국이 최근 차관급 무역협상을 '긍정적으로' 마치고 각국 무역협상 대표들이 이달 중으로 회동할 예정이어서 무역전쟁 종결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 제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하는 등 세계 경제의 거대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글로벌 경기확장 국면이 마무리되고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에 무역전쟁의 지속은 누구도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년이 중국과의 대결 국면이었다면 앞으로 2년이 화해 국면이 될지, 아니면 더 심각한 갈등 국면이 초래될지, 그렇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협상이 지속되면서 과거가 되풀이될지 아직도 전망은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무역협상 결과를 거듭 낙관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에도 무역전쟁이 이미 단순한 관세전쟁, 즉 무역적자만 줄이려는 목적에서 끝나지 않고 기술전쟁, 그리고 패권다툼으로 확전한 양상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관세전쟁으로 시작해 기술전쟁으로 확전…의미는

지난달 초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이 기술 패권 다툼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중국의 대형 통신·장비기업인 중흥통신(ZTE)에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면서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ZTE를 도산 위기까지 몰고 갔다.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미국의 기술 패권을 넘보는 중국기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조처를 취한 것이다.

무역전쟁이 단순히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나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데서 촉발됐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 역시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이후 고율의 관세부과라는 강수를 두며 중국을 압박했고, 그 결과 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집중포화를 받게 됐다.

지난해 미국은 단계적으로 500억달러, 2천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불 대응했다.

미국산 제품 500억달러 어치 제품에 먼저 관세를 부과한 이후, 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추가한 상황이다.

서로 관세로 위협하면서 물러나기를 바랐지만 실제로는 '치킨게임'으로 치달았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타격 또한 커지고 있다.

중국의 작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5%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관세로 인한 충격이 더 커지면서 연간 성장률이 6%를 밑돌아 수십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제조업 업황이 이미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소매판매 등 굵직한 경제지표도 부정적이다.

벤치마크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25%가량 하락하면서 주요국 증시 가운데 눈에 띄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증시 하락을 언급하면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자랑했을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제조업 둔화는 물론 많은 사업체의 공급망이 차질을 받고 있고, 미국 내 필수 소비재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주요 지수까지 출렁이면서 무역전쟁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주가 상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무역 갈등과 중화권 매출 부진을 언급하며 매출 전망치를 하향했다.

미국의 대표기업인 애플의 이같은 경고는 미국도 미국도 무역전쟁으로 만만찮은 타격을 입게 된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지난 10월 대중국 비판연설은 사실상 중국과의 '신냉전'을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까지 제기됐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에 대해 '도둑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무역갈등을 넘어서 중국의 미 중간선거 개입 의혹, 남중국해 문제,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이슬람교도 탄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파상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적자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 불공정한 관행 문제, 기술 이전 강요 문제, 지식재산권 절도 행위, 스파이 행위, 제재 위반, '중국 제조 2025' 등 중국의 산업정책에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 기술·산업 정책, 패권싸움으로 번진 양국의 갈등이 빠른 시일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 협상 전망 '안갯속'…막판까지 롤러코스터 가능성

작년 3월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1년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미중 양국은 오는 3월 초까지 휴전에 합의한 상태여서 양국의 합의 시한은 이날(10일)을 기준으로 단 49일 만이 남았다. 중국은 추가적인 경기 둔화를 막고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미국 역시 완만한 성장률이 더 악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합의는 필요하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며 불안한 장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주가 상승을 치적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감도 커졌다. 주가가 더 하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미중 무역합의 타결은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절실한 일이다.

DBS는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3~6개월 사이 무역전쟁이 끝날 것 같지 않다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만 해도 안도의 한숨을 조금 내쉬게 될 것"이라면서 휴전이 여름까지 연장된다면 상반기 글로벌 경제가 안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역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양국에 득보다 실이 많지만 문제는 서로 얼마만큼의 양보를 끌어내느냐는 기싸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협의해야 할 이슈들도 복잡하다.

교통은행의 리안 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측은 모두 무역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미국 측의 보호주의가 줄어들면 국내에서의 경제적 압박이 줄어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7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차관급 무역협상은 9일까지 사흘간 진행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이 입장차를 좁히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미국산 상품·서비스를 추가로 사들이는 문제에서 의견 차이를 줄였다고 협상단 관계자는 전했다.

이달 중으로 미국측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회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티시스의 쉬 지안 웨이 중국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자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측이 엄청난 양보를 할 것이며, 미국 역시 긍정적인 결과가 필요하다"면서 "지난달 미국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이같은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많은 양보를 했다.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했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도 잠정 중단했다.

'중국제조 2025' 전략도 미국에 거슬리지 않도록 몸을 낮췄으며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강제적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외국인 투자법 초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3월 초까지 무역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에 매우 회의적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짜 양보를 얻어내려면 '추가 관세'를 통해 압박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경고한 바 있어서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무역전쟁이 3월 협상 시한 이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양국이 막대한 양의 세부적인 내용에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호 신뢰부족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과의 분쟁을 지속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내 정치적 이익 때문에 협상 시한 이전에 합의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원칙적인 합의가 나온다고 해도 합의를 회피할 수 있다는 등의 온갖 의구심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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