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윤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월 1일을 기한으로 중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타깃은 어디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취임 후 무역 불균형 해소를 핵심 정책 의제로 내걸어왔기 때문에 무역전쟁이 중국에 국한되리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특히 미국 경기둔화, 민주당의 하원 장악,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 녹록지 않은 이슈에 직면하면서 유권자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향후 무역전쟁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기반을 다지기 위한 행보를 강화할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칼끝은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과 유럽연합(EU)으로 향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 트럼프 유럽車 관세 위협…'대서양 무역전쟁' 터지나

미국과 EU의 무역갈등은 작년 6월 트럼프 정부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EU는 오토바이와 청바지, 위스키, 오렌지주스 등 28억 유로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즉각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했고 미국은 다시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미국 농부들에게 시장을 닫아 걸고 무역에서도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만약 EU 관계자들이 선의를 갖고 협상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수백만 대의 차량에 대해 조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양측의 갈등은 7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회동 후 무역장벽을 제거하는데 협력하기로 하면서 일시 중단됐다. 미국 정부가 발등의 불인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 일단 EU와의 전쟁을 유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양측은 무관세, 비관세 장벽 철폐, 자동차 제외 공산품에 대한 보조금 철폐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으며, 실무그룹의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양측의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올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일부 외신은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미국이 세부 무역합의안 작업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고 로스 장관은 이에 반박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2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경영진과 만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기도 했으며, 유럽과 일본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측이 11월까지로 정했던 비관세 장벽 철폐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EU의 대미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EU가 올해 큰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은 EU와의 상품무역에서 1천391억 달러(약 155조6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EU와 미국과의 약속을 이행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양측의 갈등이 심화돼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와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만약 미국이 유럽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올해 유로존 GDP 성장률 전망치가 1.6%에서 1.2%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50억 달러(84조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은행은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유럽중앙은행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인 자산운용사 트레시스 게스션은 "미국은 유럽 자동차 업체의 가장 큰 시장"이라며 "(관세 부과시) 2019년 유럽 자동차 업체 이익의 7~10%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니크레딧은 특히 독일이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독일이 미국 관세를 상쇄할 만한 대응책이 딱히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은 2017년 전체 EU 자동차 수출의 55%를 차지했다.

독일경제연구소와 Ifo경제연구소, 키엘국제연구소 등 독일의 주요 연구소들도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확대되면 "독일과 유럽에 심각한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도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터슨연구소는 미국이 25%의 자동차 관세 부과시 1~3년간 19만5천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8년 1~10월 누적 기준. 계절비조정. 출처: 미국 상무부>

◇ 일본, 양자 FTA 체결 압박 심해질 듯

일본의 경우 올해 미국의 양자 무역협정 체결 압박을 피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사흘만인 2017년 1월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후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중무장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통상문제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최대한 TPP를 통한 다자적 무역협상을 원했지만, 미국의 압박에 양자 간 무역협정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일본은 대신 공동성명서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단어가 아닌 물품무역협정(Trade Agreement on Goods'·TAG)으로 표기했다.

일본 정부는 성명서의 일어 번역판에서 TAG로 첨가했으나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는 TAG라는 표현을 배제했다.

즉 미국은 양자협정을 FTA와 가깝게, 일본은 TAG와 가깝게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글렌 후쿠시마 미국 진보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에 대해 "FTA라는 단어가 빠진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 측에선 FTA를 단어를 사용하면 무역에 있어 다자적 접근에서 양자적 접근으로 바꾼다는 느낌을 줄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TAG도 사실상 FTA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호소카와 마사히코 추부(中部)대학 특임교수는 일본이 FTA라는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 때문에 일부러 단어만 다르게 붙이는 것일 뿐 사실상 FTA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아베 총리와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제품과 서비스들이 일본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기엔 장벽이 있다"며 "양자 무역협정을 맺어야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품과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FTA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는 것으로 펜스 부통령이 일본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브루킹스 인스티튜션의 미레야 솔리스 선임 연구원도 TAG라는 단어의 표기는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TPP 무역조건보다 미국과의 양자협정에서 일본이 더 양보할 경우 TPP 참가국들의 긴장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TPP 무역조건 그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성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월 하순에 일본과 무역협상을 개시하겠다며 협상테이블에 물품 외 금융, 통신, 제약 등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22개 협상 항목을 발표했다.

일단 모테키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원래대로 서비스를 제외한 물품 분야에 국한된 협정만 논의할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진 미지수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9월 일본이 TAG에 국한해 양자협정을 진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부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일본경제는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업체 일본법인인 위즈덤트리재팬의 에스퍼 콜 최고경영자도 "일본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일본 자동차 기업 수익은 거의 반토막이 날 것"이라며 "이는 일본 입장에서 매우 큰 외부충격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어 이를 이용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히코 추부(中部)대학 특임교수는 일본 자동차 기업이 수출량을 줄이고 대미투자를 늘린다면 일본 국내 고용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키 타카하시 일본 국제무역투자연구원 수석은 재팬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멕시코와 합의했듯 승용차 수입 대수에 제한을 걸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오는 22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전후로 정상회담을 개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0월 누적 기준. 계절비조정. 출처: 미국 상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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