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4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 회사채 시장이 잇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민간과 공공기업간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폴트 이슈가 불거진 이후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보다 높은 회사를 선호하게 됐고 이에 따라 민간 기업과 공공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수년간 신용시장이 급격히 성장을 보였고 그럼에도 여전히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중국의 상황을 봤을 때 최근 이와 같은 현상은 이론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자원 배분 효율화 차원에서 자본시장 육성을 추진해왔지만, 가격 리스크가 제대로 측정되지 못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패널티가 제대로 매겨지지 못하면서 이와 같은 노력이 진전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대부분이 민간기업이고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치레이팅스의 왕 잉 애널리스트는 "이와 같은 차별화는 언뜻 (시장이)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에 상관없이 민간기업 채권을 팔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1천572억 위안(233억 달러)에 달하는 165개 채권이 작년에 디폴트를 맞았다.

이는 전체 회사채 시장의 0.6%에 불과하지만, 첫 민간기업 디폴트가 나타난 2014년부터 4년간 발생한 디폴트 채권 규모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폴트를 낸 52개 발행사 가운데 45개사가 민간기업으로 집계됐다.

현재 고위험 채권 금리는 국채 금리가 약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여파로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5년 만기 'AAA' 등급 채권의 평균 금리가 1년 새 5.44%에서 3.80%로 급락한 데 비해 같은 만기 'AA-' 등급 채권 금리는 6.95%에서 6.87%로 하락하는 데 불과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AA-' 채권 금리는 지난 9월 7.48%로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매체는 해당 등급이 중국에서는 '정크' 수준과 같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섹터는 이와 같은 회사채의 상황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AA+' 등급인 중왕홀딩스는 실적 전망과 현금 흐름이 양호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금리가 9월 11.2%로 급등했다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기업 방문 이후 7.7%로 간신히 하락했다.

반면 국영기업인 'AAA' 등급의 광시투자그룹의 7년물 채권 금리는 작년 4~5% 수준을 기록했다.

AVIC트러스트의 전략가는 "경제가 둔화되고 기업의 현금이 고갈되는 시기엔 투자자들이 국영기업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며 "기업 가치가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중왕홀딩스와 같은 기업의 채권은 피한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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