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정부 부채 규모가 급증하면서 사이버 공격의 주요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13일(현지시간) 외부 기고를 통해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사이버공격은 다음 경제 위기의 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지난 2007년 9조 달러에서 최근 22조 달러까지 급증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모든 부채 규모는 247조 달러로, 세계 GDP의 320%에 육박한다. 컬럼비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부채 수준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과 연관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의 국채 규모가 급증하면서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등은 대출기관에 판매될 때 '레포' 계약을 통해 거래를 촉진하고, 고정된 시간(보통 하룻밤)에 환매될 것으로 인식된다. 이런 종류의 하루짜리 차입은 일반적으로 위험이 매우 적으며 증시와 다른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한다.

레포는 담보물이 아닌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 채권의 구매자들은 자체적인 레포 또는 담보 계약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신뢰가 쌓인 건전한 경제 환경에서는 동일한 채권을 재사용하는 것은 더욱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3자간 레포(Tri-Party Repo)시장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컨트리와이드증권과 베어스턴스,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 사례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3자간 레포는 양자 간 담보부 자금거래 시 청산 기구가 결제와 정산, 평가 등의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미국의 중요한 단기자금거래 수단이다.

3자간 레포는 증권사와 머니마켓펀드(MMF), 글로벌 결제에 관여된 대형 은행 등에 영향을 미치며 금융시스템을 중단할 수 있다. 특히, 정책 당국은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공격적 개입의 주요 관심 사안으로 미국 국채시장과 증권사의 유동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더 힐은 "경쟁국이 의도적으로 레포 시장의 기능 중단을 시도하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간다"며 "미국과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며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룻밤 사이에라도 레포 기록을 조작할 수 있는 이들은 레포나 기타 정부 부채 거래의 결제 시점을 지연시키면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이 매체의 관측이다.

지난 2017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지급 결제의 시점이 엉클어지면 시스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3년에는 일시적인 결제 지연으로 시장 유동성이 위협을 받았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이나 신흥 시장의 경제적 파트너 국가들은 경제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훨씬 크다.

더 힐은 "중국은 글로벌 시스템과의 통합성을 고려할 때 정부 채권에 혼란을 야기할만한 인센티브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 이란은 훨씬 다른 차원으로 미국 제재에 따라 글로벌 경제와 고립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은행 간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 대한 북한의 계속된 대규모 사이버 공격과 2007년 이란의 미국 은행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디도스 공격(Operation Ababil) 등은 미국 제재 대상의 국가가 기꺼이 사이버상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더 힐은 소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은행이나 외환시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경제 전쟁의 선언'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로, 과거 러시아 해커의 나스닥시장 공격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의 대응에는 사이버 운용이 분명히 포함될 것이라고 더 힐은 예상했다.

매체는 "미국 정책 당국은 외국 해커에 대한 제재와 기소 등을 거의 비용 부담 없는 방지책으로 여기지만, 미국 부채 규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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