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한진그룹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진과 일반 직원과 불신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을 합병할 때처럼 한진그룹의 임직원이 조양호 회장을 위해 발 벗고 뛰어줄까요"

외국계 투자은행(IB) 고위급 관계자는 14일 한진칼이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의 간섭에 삼성그룹과 달리 취약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KCGI는 지난해 말 한진칼의 지분 10.71%를 사들이면서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밝혔다.

주주제안을 일반적으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6주 전에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KCGI는 2월 초께 한진칼에 정식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CGI는 이미 한진그룹과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제대로 관철되지 않으면 오는 3월 중순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한진그룹의 주요 임직원이 직접 나서서 주주를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도 고위 임원은 이른바 '슈퍼개미', 차장급 이하 직원은 소액 주주를 만나며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 결과 합병을 성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다를 수 있다는 게 IB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만 보더라도 총수일가의 '갑질'로 직원과의 골이 상당히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총수일가에 반(反)하는 작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눌 것이며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고 대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신이 가득하다는 평가다.

법무법인의 한 파트너는 "한진그룹으로서는 소액주주들의 주총 불참에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통은 소액 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아주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기관 투자자의 '벽'도 한진그룹이 넘어야 할 벽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달 16일 회의를 열어 한진칼 등을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를 논의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의 결정에 주요 기관 투자자가 따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의 배임, 사익편취 혐의 등에 이의를 제기할 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KCGI는 주요 인재 영입을 마무리하는 등 한진그룹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최근 항공ㆍ물류 분석에 '베테랑'인 신민석 전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부대표로 영입했다.

그는 강성부 대표, 삼성전자 법무실 출신의 김남규 부대표와 함께 한진칼 지배구조개선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안을 지속해서 내놓을 것으로 추정된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