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토지 재평가

"오프라인 유통의 현 주소 보여주는 사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그랜드백화점이 1천억원 규모의 자산을 재평가한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일반적으로 자산을 재평가하면 자산의 공정가치를 반영하면서 자산의 장부가액이 오른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과 자산은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하락한다.

시장에서는 그랜드백화점의 자산재평가가 오프라인 유통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업황의 부진으로 그랜드백화점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 그랜드백화점, 1천억원 규모 토지 재평가…재무구조 개선 목적

14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백화점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1천155억원 규모의 자산을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

재평가 대상은 서울 강서구 등촌 678-14, 경기 고양 일산 주엽 20, 22, 22-1, 경기 용인 수지 동천 851-1, 경기 김포 풍무 26-9 등 토지다.

그랜드백화점 관계자는 "이번에 재평가하는 토지는 대부분 유형자산"이라며 "일부는 투자부동산"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토지를 유형자산 또는 투자부동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재화 생산, 용역 제공 등을 위해 보유하는 것은 유형자산이다.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 또는 둘 다를 얻기 위해 보유하는 것은 투자부동산이다.

재평가 기준일은 지난달 31일이다. 평가기관은 감정평가법인 대일감정원이다.

그랜드백화점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랜드백화점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총차입금은 2014년 1천2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천883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6.4%에서 39.4%로 높아졌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6.9배에서 34.2배로 크게 악화됐다.

◇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이런 상황에서 자산재평가를 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토지를 재평가하면 토지의 공정가치를 반영해 토지 장부가액을 바꿔준다. 공정가치는 측정일에 시장참여자 사이의 정상거래에서 자산을 매도할 때 받거나 부채를 이전할 때 지급하게 될 가격을 말한다.

한 회계전문가는 "통상 토지가격은 계속 상승한다"며 "이 때문에 토지 공정가치를 반영하면 토지 장부가액이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자기자본과 자산이 증가하고 부채비율 등은 하락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토지가 유형자산인 경우와 투자부동산인 경우의 회계처리가 다르다. 토지가 유형자산일 때 재평가를 하면 공정가치 변동액을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한다.

토지가 투자부동산일 때는 회계기준에서 재평가모형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공정가치모형이라고 한다. 공정가치모형에서는 공정가치 변동액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한다.

시장에서는 그랜드백화점의 자산재평가가 오프라인 유통이 침체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침체로 그랜드백화점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탓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 부문 매출이 부진하다. 지난해 10월, 11월 오프라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부문 매출은 각각 28.3%, 12.7%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그랜드백화점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4년 24억원에서 2017년 12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4억1천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연 환산하면 5억5천900만원이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3.6%에서 지난해 1~3분기 1.1%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그랜드백화점 관계자는 "주주들이 토지 장부가액에 공정가치를 반영해 달라고 계속 요구했다"며 "아직 재무구조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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