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업계는 작년부터 이어진 집중 세무조사와 이로 인해 불거진 몇몇 제약사들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으로 뒤숭숭하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를 모두 처벌하는 제도)와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리베이트와 관련된 의약품에 대한 급여를 삭제,중지하는 제도)를 도입하며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힘써 왔다. 그럼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먼저 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생산ㆍ판매하는 국내 제약사의 영업 환경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최초 개발된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오리지널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안전성, 효능 효과 등이 동등함을 인정받은 의약품)으로 나뉜다. 제네릭 의약품도 오리지널의 약품과 효능 효과가 동일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약사법에서 규정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치기 때문에 오리지널의약품과 실제 효능 효과를 달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오리지널의약품의 경우 원조라는 인식과 이로 인해 품질이나 효능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의사들의 처방이 용이할 뿐 아니라 출시 시기상으로도 오리지널의약품이 먼저 출시되고 인지도가 높아 이미 관련 시장을 선점해 부작용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속해서 처방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의약품의 영업환경은 제네릭 의약품의 영업환경보다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오리지널의약품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동일한 효능 효과를 가진 여러 개의의 약품이 경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지도 제고나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영업 환경의 차이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생산ㆍ판매하는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자사 의약품의 채택ㆍ처방 유도와 관련하여 불법 리베이트 유혹에 빠지기 쉽다.

다음으로 약사법상 불법 리베이트 규정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규정하고 있는 약사법 제47조 제2항 본문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단서는 예외적으로 시제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등에 따른 경제적 이익 제공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문제는 '판매촉진' 목적이다.

필자가 변호하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 사건들에서도 바로 이 '판매촉진' 목적의 의미와 존재 여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간 날 선 공방이 이루어진다.

이 조항에 대한 최근까지 수사기관의 해석은 단서의 예외에 해당하는 활동이라도 '판매촉진' 목적이 있으면 본문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즉, 제약사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은 단서에서 허용하고 있는 활동이라 할지라도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판매촉진'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 수요를 늘려 가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이므로, 상법상 회사(영리법인)에 해당하는 제약사로서는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활동이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의 해석에 따르면 제약사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이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하게 되는 셈이다.

나아가, 불법 리베이트 조항 위반은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죄형법정주의(형벌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예외적인 규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협소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형법의 대원칙)에도 반한다.

이렇다 보니 제약사 영업사원이나 마케팅 담당자는 자칫 범죄자가 되기 일쑤이고 제약사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최근에 적발되는 리베이트 건은 전통적인 형태(현금 지급)가 아닌 단서에 해당하는 예외적 활동임에도 수사기관의 위와 같은 해석에 따라 불법 리베이트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모호한 법 규정과 지나치게 광범위한 법 적용이 제약사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도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정작 위법성의 정도가 큰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됨은 자명하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어야 마땅하지만, 그 전제로서 불법 리베이트 규정의 개정 등을 통한 주요개념의 명확화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 길만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척결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안효준 변호사)

※본 기고의 내용은 소속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한 저자 개인의 견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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