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달러-원 환율 전망을 놓고 양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탠스 변화, 무역분쟁 낙관론 등을 기반으로 '하락'을 외치는 부류와 경기 하강 국면을 근거로 '상승'을 주장하는 세력이 맞부딪치고 있다.

당분간 1,110원∼1,140원대 레인지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었으나, 레인지가 어느 방향으로 뚫릴지 의견이 분분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4일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무역분쟁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지난해 하반기 달러-원 환율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1,100원 위로 올라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에 1,100원 아래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경기 우려가 크지만, 주식시장에 선반영됐다"며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걱정되지만, 중국 당국이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경기는 둔화하고 있으나, 관련 장비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외국인도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놨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는 중국 비중이 작년 5%에서 올해 20%로 뛰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비롯해 미국의 2월 채무 한도 협상 등의 이벤트가 있다"며 "3월 이후에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 연구원은 "작년 상반기까지 중국의 재고는 줄었는데, 하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은 재고 부담이 없어서 생산을 유지하고 있으나, 한계에 봉착해 4∼5월 이후에 생산하지 않으면 시장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 등이 긍정적이지 않을까 한다"며 "대체로 달러-원 방향은 아래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달러-원 상승 전망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많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원이 밀리지 않으니까, 역외 투자자들은 원화를 털었다"며 "호주 달러를 위안화의 프락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수출업체들은 네고 물량은 내지 않고 있고, 역외 투자자들도 추격 매도도 하지 않는다"며 "위안화 강세는 지나친 무역협상 낙관론이 스며든 결과"라고 판단했다.

그는 "3월 중에 중국이 재정부양책을 꺼낼 수 있는데, 그전까지 달러-원은 단기적으로 위로 열려있다"며 "원화는 위험 선호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환율은 기본적으로 양 국가의 상대적인 펀더멘털이 반영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점이 녹아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은행 딜러는 "작년보다 줄었다고 해도, 국민연금 등 해외투자 수요가 여전히 많다"며 "리스크에 민감한 특징도 있으니, 언제든지 튀어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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