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서 방카 제외…은행권, KPI 개선방안 마련 예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IBK기업은행이 영업점의 '꺽기(구속성 상품 판매)' 관행을 근절하고 자회사 금융상품을 무리하게 팔아야 한다는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경영평가항목에서 방카슈랑스와 자회사 시너지 영업 관련 지표를 제외한다.

금융권 노사가 마케팅 성과를 개인 실적 평가에 반영하는 비중을 완화하기로 합의한 만큼 은행원들의 과도한 영업 압박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업은행은 노사 합의를 통해 올해부터 경영평가항목에서 방카슈랑스와 자회사 시너지를 제외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 대출 꺾기 최다 은행으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은행 내부에서는 방카슈랑스 판매가 전체 의심 거래 중 상당수를 차지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꺾기는 은행이 대출을 빌미로 고객에게 예·적금,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회사 시너지 평가항목과 관련해서는 영업점 직원들이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등 자회사 금융상품에 대한 영업 압박을 호소해왔다.

기존에는 자회사 상품을 많이 팔아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은행 본연의 업무보다 자회사 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등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다만, 기업은행은 경영평가항목 제외가 방카슈랑스 판매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통해 기업은행이 정책 공공기관으로서 단순히 수익만을 좇기보다 중소기업 성장 지원이란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기업은행의 이 같은 결정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금융산업산업사용자협회와 '과당경쟁방지 노사공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핵심성과지표(KPI) 제도 개선안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금융권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KPI 평가항목 축소 및 단순화, 절대평가 방식 지표 확대, 미스터리 쇼핑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 저해 최소화, 고객만족도평가 제외방안 적극 검토, 은행·직원·고객의 균형 잡힌 지표운영 등이다.

특히 은행원의 과로와 실적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인 프로모션과 이벤트, 캠페인 등에 대한 실적 압박을 완화하기로 했다.

실제 금융노조가 지난해 7월 14개 은행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각종 마케팅 관련 캠페인과 프로모션에 대한 실적 평가는 분기당 평균 5회 정도 이뤄졌다.

연간으로 따지면 평균 20회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은행원들이 느끼는 실적 압박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권 노사는 최종 합의안을 바탕으로 개별 단체협상 등을 통해 자체적인 KPI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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