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캘리포니아 산불 사태로 위기에 내몰린 미국 가스·전력 공급업체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PG&E)'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이에 대규모 포지션을 구축했던 많은 헤지펀드들이 어려움에 부닥쳤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캘리포니아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닥치기 전 헤지펀드 '바우포스트 그룹'과 '바이킹 글로벌 인베스터스', '블루 마운튼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은 PG&E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회사는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한 배상 책임에 무너지기 직전이다. 이날 PG&E는 2주 안에 파산 보호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주가는 단번에 50%가량 하락했다. 회사의 주식은 이미 산불이 발생한 11월 8일 이후 60% 이상 떨어졌고, 채권 가격은 19%가량 하락했다.

이날 2034년 만기 채권의 가격은 6%가량 떨어졌다.

유틸리티, 즉 공공시설 관련 기업은 월가에서는 제법 안전한 투자처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해 PG&E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그러한 투자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다른 주와 달리, 자사의 장비가 화재에 기여했을 경우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손해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 수사 당국은 2017년 10월 발생한 18건의 산불과 관련해 PG&E의 전선이 화재를 촉발한 것으로 결론 내렸으며, 작년 11월 86명의 사망자를 낸 캘리포니아 산불에 대해서도 PG&E의 전선이 발화 원인이 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PG&E는 화재 배상책임액이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3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2017년 말부터 PG&E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헤지펀드가 보유한 PG&E의 주식은 19%로 헤지펀드 업계에서 가장 널리 보유한 종목 중 하나였다. 헤지펀드들의 1년 전 지분은 단지 3.4%에 불과했다.

많은 펀드가 법적 규제상의 조치가 PG&E의 책임을 제한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일부는 추가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고 판단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주 정부가 나서 회사를 구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씨티그룹이 정치분석기관 캡스턴과 워싱턴 애널리시스 등과 함께 고객과 전 규제당국자, 입법위원들을 데리고 북캘리포니아를 돌아보는 일정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등 투자업체들은 그러한 회동이 정책결정자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의 한 직원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주최한 컨퍼런스콜에서 위원회는 PG&E가 파산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면서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도 당국이 회사를 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PG&E 채권을 사들이는 헤지펀드들도 나왔다.

일부는 포지션을 청산했지만, 일부는 다시 베팅에 나섰다.

바이킹과 같은 일부 대형 펀드들은 이날 회사의 발표가 나오기 전에 손해를 보고 PG&E의 포지션을 청산했다.

반면, 바우포스트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보험사의 권리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 마운트는 작년 4분기에 PG&E에 대한 포지션을 늘렸다. 이는 최종 배상금이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블루 마운트는 작년 PG&E에 대한 포지션으로 손실을 입었다.

나이트 헤드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작년 PG&E에 대한 주식 포지션에 대한 헤지를 없애 손해를 입었으나 주가가 올해 더 하락하자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투자자는 캘리포니아 당국이 결국 조처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PG&E는 주 정부의 지원은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해결책을 놓고 몇 달간 주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파산을 막으려고 노력하겠다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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