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금융감독원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한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덜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일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금감원 출신 인사가 채용된 직후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확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KDI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감원, 한국은행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진, 일반 임원,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취업한 경우를 분석해 위험관리 성과의 변화와 제재 확률의 변화를 봤다.

우선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업할 경우 재직 당시 축적한 위험관리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금융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전문성 가설'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금융회사의 재무적 총위험액을 나타내는 지표인 위험가중자산 대비 당기순이익률을 근거로 분석한 결과,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고용한 이후 해당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는 모습은 대체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이후 1분기와 2분기 시점에 재무적 위험관리 성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한은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채용된 이후 2분기가 되는 시점에서 성과가 다소 개선(3.94%포인트)되는 모습만 나타났다.

금융감독당국에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본 분석에서는 금감원 출신을 영입한 경우에 큰 변화가 있었다.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임한 이후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약 16.4%나 줄었다.

기재부와 금융위, 한은 출신 인사를 고용한 경우에는 변화가 없었다.

KDI는 "(금감원 출신 인사의 영입에 따른) 제재 발생 감소 효과는 금융회사가 통상적으로 위험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제재를 받을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보다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부실자산비율을 1%p 줄이는 노력을 하면 제재를 받을 확률이 약 2.3%p 감소하는데 금감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경우는 이보다 7배나 높다는 것이다.

KDI는 다만, 금감원 출신 인사를 고용한 뒤 2분기부터는 제재 감소 효과가 관측되지 않고 있어 단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DI는 "이러한 분석 결과만으로 금감원과 금융회사 사이에 부당한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금융감독 시스템의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감독당국과 금융회사 간 부당한 유착이 발생할 여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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