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반도체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 나오는 것"

최태원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어…가격 좋았던 시절 조정받는 것"

현정은 회장에 "현대그룹에 희망고문…결국 잘될 것. 속도 내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해 달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요청에 "얼마든지 가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일부 재계총수,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산책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같이 했다.

산책 도중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 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 번 와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면서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고, 곁에 있던 최태원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면서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며 웃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라고 질문했고, 이 부회장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북제재 해제가 지연되면서 현대그룹이 추진하려는 대북사업의 진전이 더딘 것을 의식한 듯 현정은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이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다"고 말은 건넸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산책을 마친 후 녹지원에서 동반했던 기업인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현정은 회장에게 다시 "속도를 내겠습니다"라고도 했다.

산책에 동행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세계 바이오 시장이 1천500조 원이다"며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정도밖에 못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저희와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조는 가져올 수 있다"며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큰 산업이다"며 "일본은 1년 예산의 30%를 이 분야에 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이날 미세먼지가 짙은 가운데 산책이 진행되다 보니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화도 오갔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삼성과 LG는 미세먼지 연구소가 있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공부를 더 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며 "미세먼지 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에 구광모 회장은"그렇다. 공기청정기를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답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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