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임금단체협상을 두고 국민은행 노사 간 줄다리기가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 국민은행장과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전일 오후 3시부터 대표자 교섭을 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4일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한 뒤 이뤄진 노사 수장간 첫 만남이었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번 주부터 희망퇴직을 비롯해 그간 미뤄진 정기 인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오는 19일 전국 부점장 전략회의도 앞둔 만큼 일각에선 이번 주 내 노사가 극적 타결을 맺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임단협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며 노조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 감찰 요구 등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초강수를 두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임단협 교섭이 마무리되길 기다려온 직원들도 지쳐가는 모양새다.

노사 간 진행하는 교섭의 중심에 직원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과 직원을 두고 노사가 힘겨루기하고 있다"며 "경영진과 노조 모두 양보 없이 욕심만 주장하는 동안 창구에서 고객들의 원성을 듣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임단협 탓에 직원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규 사무직이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LO(창구전담직원)와 나머지 직급 간 차별, 페이밴드(연봉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른 직원 간 갈등은 임단협에서 노사가 최대 쟁점 사항으로 언급되며 온라인 게시판에서 해묵은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 8일 실시한 총파업 참여 여부에 따른 직원들 간 설전도 이어졌다.

파업 이튿날 업무에 복귀했지만, 대다수 영업점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국민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지점의 절반이 파업에 참여한 뒤 복귀했는데 직원들 간 쉽게 말을 섞지 못했다"며 "내 업무를 대신한 동료에 대한 미안함, 밤새 파업에 참여한 동료의 뜻에 함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점장과 부지점장, L3 이상 직급과 나머지 직급 간 분위기도 어색했다"며 "파업 참여를 자제시킨 관리자와 파업에 동참한 직원들 간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파업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30일부터 예정된 2차 파업의 실효성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시기 파업은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하다는 반대 여론과 함께, 경영진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할 단체 행동의 필요에 따라 2차 파업도 진행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맞붙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매년 국민은행의 임단협이 다른 은행에 비교해 유달리 길어지는 원인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진 입장에선 오랜만에 차지한 리딩뱅크 타이틀이 반복되는 타협으로 지워지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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