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가 준비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하원 투표에서 큰 표차로 부결되면서 브렉시트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영국 정부는 3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플랜 B'를 제시해야 한다.

15일(현지시간) CNBC는 브렉시트의 운명을 여섯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후 나타날 수 있는 여섯 가지 시나리오>



◇ EU와의 재협상 시도

영국 하원 의원 639명 중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에 찬성표를 던진 건 202명, 반대표를 던진 건 432명이었다.

영국 의정 사상 처음으로 200표가 넘는 표차로 정부가 의회에 패배를 기록했다. 하원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 팀이 이를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브뤼셀로 달려가 재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재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북아일랜드 '백스톱'이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유럽연합(EU)에 남아있을 아일랜드 간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 내에 남긴다는 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부는 이를 영국이 EU에 계속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반대하고 있다.



◇ 총선거

야당인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은 오는 16일 정부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불신임 투표 결과는 런던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7시에 확인 가능하며, 한국시간으로는 17일 새벽 4시 경이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하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며,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돼야 한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총선거가 열리게 된다.

EU는 영국 내각 변화와 관계없이 현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 리스본조약 50조 연장

리스본조약 50조는 EU 회원국 탈퇴에 대한 규정을 담은 규정으로 영국은 오는 3월 29일 탈퇴해야 한다.

몇몇 브렉시트 합의안 반대파들은 EU와 영국이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며, 현 합의안을 대폭 손질하기에 시간이 모자란 만큼 이 50조 자체를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투자솔루션스의 윌리엄 홉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외환 트레이더들이 리스본조약 50조 연장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조 연장이 있을 것이라는 루머에 지난주 파운드화가 반응한 것은 이미 시나리오가 시장에 상당히 반영돼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의 27개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매체는 EU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연장해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제2 국민투표

이제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전보단 정확히 알게 된 만큼 제2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6년 6월 실시한 국민투표의 경우, 영국 국회가 국민투표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EU 국가들이 맺은 리스본 협약 50조에는 "회원국은 자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탈퇴를 요청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있어 국민투표 자체는 EU에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표기 때문에 재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2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입장은 이것이 2016년에 진행했던 원래 민주적 투표 과정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지난 14일 CNBC에 출연해 제2 국민투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제2 국민투표에 대해 "언제라고 말할 수도 없고 향후 몇 주내에 일어날 것이라고도 예상하고 싶진 않지만 제2 국민투표가 어느 시점에서 진행되긴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노 브렉시트

메이 총리는 노 브렉시트의 경우 영국 국민들이 영국 정치 시스템에 가진 신뢰에 재앙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은EU와 아무런 협상 없이 브렉시트를 진행하는 노딜 브렉시트보다는EU를 탈퇴하지 않는 노 브렉시트 가능성이 차라리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매체는 또 제2 국민투표나 리스본조약 50조 연장으로 갈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영국이 EU를 탈퇴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노딜 브렉시트

EU가 꿈쩍도 하지 않을 경우,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도 하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 시 실업률이 7.5%까지 치솟고 집값은 3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약 1년 만에 경제는 8%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하원 내에서도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강경파는 소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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