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이를 고려한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실질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현재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는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라는 한국은행의 입장과는 다소 상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가 12월에는 1.3%로 증가율이 하락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난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11월 30일 열린 점을 고려하면 10~11월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 대비 0.5%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12월 들어 기준금리보다 0.45%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와 물가상승률의 격차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대비로 계산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0.5%에서 플러스(+) 0.45%로 전환됐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과거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투자가 개선되는 등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러스로 전환한 현재는 긴축으로 볼 수 있고, 이런 상황이 경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분홍),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증가율(파랑), 설비투자 전년 대비 증가율(초록)>





실제로 설비투자는 물가상승률이 전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상회한 2017년 증가세를 보였다.

또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작년 10~11월에도 설비투자가 잠시 반등했다.

설비투자가 금리 한 가지 변수만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또 기준금리가 아닌 시중금리의 전반적인 하락세 등을 고려하면 현재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물가 수준을 보고 긴축적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다만 기준금리를 올린 상황이기 때문에(통화정책이) 완화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긴축적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일부 요인을 배제하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불균형이나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금리 인하를 억제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11월 금통위에서 1.75%의 기준금리 수준이 아직 중립금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중립금리의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이번 금리 인상 이후에도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 아직 미치지 않는다"며 "한번 금리를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 완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월 31일 신년사에서도 현재 통화 정책이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2%대 중후반의 성장세를 보이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완화와 긴축이라는 목소리가 모두 나오는 것은 현재 금리가 적정 수준이라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참가자들이 대부분 연내 동결을 보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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