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국공항공사가 김포ㆍ청주국제공항 은행 영업점 임대료를 두 달새 200억원이나 낮췄다.

매년 쌓이는 적자에 은행들이 사업권 입찰에 불참하며 사실상 공항 영업을 포기하자 이들을 설득하고자 고육지책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김포ㆍ청주국제공항 은행 운영자 선정을 위한 다섯번 째 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해 11월 말 첫 입찰을 실시했지만 네 번 연속 유찰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공항공사는 임대료를 세 번이나 깎았다.

이번에 제시된 AㆍB 권역 연간 최소임대료는 각각 96억원으로 총 192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실시된 첫 입찰에서 제시한 총 임대료 386억원과 비교하면 194억원이나 낮아졌다.

당시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선 AㆍB 권역과 국제선 C 권역에 각각 132억원과 135억원, 119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5년 전 입찰에서 시중은행들이 제시한 금액에서 두 배 넘게 치솟은 수준이었다.

임대료에 부가가치세 10%가 더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선 노선에만 150억원 정도의 임대료를 매년 내야 해 은행들은 공사의 지나친 임대료 장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두 번 유찰이 반복되자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 사업권과 임대료를 조정해 재입찰에 나섰다.

특히 사실상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청주공항과 일부 현금지급기, 환전소 등을 재배치해 사업권을 AㆍB 권역으로 줄이고 총 임대료를 286억원(A 권역 96억원ㆍB 권역 190억원)으로 책정했다. 첫 입찰보다 100억원 줄어든 임대료였다.

그럼에도 유효경쟁은 성립되지 않았다.

결국 은행들과 면담 끝에 한국공항공사는 현실성 없는 사업권 대상 시설을 조정해 총 임대료를 추가로 94억원을 더 낮췄다.

은행들은 이번 입찰료 인하를 한국공항공사의 무리한 임대료 장사가 불러온 촌극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임대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잇속을 챙겼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 은행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인천공항과 비교하면 김포공항은 상징성은 물론 여객수도 10%가 채 되지 않아 수익성이 현저히 낮다. 환전을 포함해 급한 입출금 업무 등으로 제한되는 영업 환경을 고려하면 수익을 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수익성을 담보하는 환전수수료는 정부의 압박으로 지속해서 내려가는 추세다. 은행 입장에선 대고객 서비스와 이미지를 고려해 연간 수백억의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임대료가 처음 입찰보다 200억원 가까이 인하되며 이성적인 수준까지 인하됐지만, 잘 해야 현상유지가 될까 말까인데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기관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한정된 재원을 임대료나 출연금 등에 어떻게 배분할지가 전략의 핵심이 됐다. 일단 임대료가 낮아진 만큼 원론적인 수준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포ㆍ청주국제공항에 입점한 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지난해 말로 5년 계약이 종료된 이들은 연이어 입찰이 무산되면서 임시로 계약을 한달 연장해 이달 말까지 영업점을 운영한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달 21일까지 입찰서를 접수받아 최고가를 써낸 은행에 사업권을 내줄 계획이다. 최종 사업자는 이달 22일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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