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1980년대 월가에서는 초 위험 거래가 유행했다. 80년대의 트레이더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리스크 테이킹'으로 유명했다.

그 극단적인 사례가 '오헤어 플레이'(O'Hare Play)다.

미국 시카고의 세계 최대 공항인 오헤어 국제공항으로 가면서 트레이더들은 콩이나 밀과 같은 상품에 공격적으로 베팅했다. 시카고는 상품거래소가 있어서 상품 거래가 활발한 도시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트레이더들은 베팅이 성공했는지 확인한다.

만약 베팅이 성공하면 호화로운 휴가를 보내고, 실패하면 편도 티켓을 사서 돌아오지 않고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런 다소 믿기지 않는 트레이더들을 소재로 한 쇼타임 시리즈가 이번 달 미국에서 방영된다.

데이비드 카스 폐 프로듀서는 "많이 미친 짓 같아 보이지만, 80년대로 돌아가 보면 이런 베팅은 흔했고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플로어에서 활약했던 전직 트레이더도 "드물지만, 공항 거래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편도 티켓을 샀다. 베팅이 실패하면 그들은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이번 시리즈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스트리트, 문 앞의 야만인들, 약탈자들의 무도회와 같은 책들에 기술된 전 세계 금융계의 위험, 호화, 방탕 등에 주목해 기획됐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1987년 10월 주식시장의 악명 높은 폭락 기록인 블랙먼데이다. 이후 증시는 활황 장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87년 금융시장 붕괴를 다룬 이 코미디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현재 월스트리트의 멜로드라마와 많이 닮아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다우지수는 400포인트 급락한 뒤 다시 400포인트 떨어지는 아찔한 하락장을 경험했다. 이후 지수는 하락하다 오르고 다시 내리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악몽에서 살아남지 못한 트레이더가 나왔다. 어찌 보면 80년대 오헤어 플레이를 연상시킨다.

BNP파리바의 한 파생 트레이더는 지난해 말 S&P 500과 연계된 파생상품에 베팅해 8천만 달러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파생 트레이더는 BNP파리바의 미국 인덱스 트레이딩 대표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S&P500이 급락했고, 그가 잡아 놓은 포지션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휴가였던 이 트레이더는 S&P 500지수에 설정해 놓은 포지션이 어긋나자 크리스마스 휴가 이후 회사에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의 공식 답변은 없지만, 동료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큰 손실을 보게 된 BNP파리바의 트레이딩 부문은 더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다. 트레이딩 부문 대표는 매출을 끌어올리고 유럽 선두로 해당 부분을 끌어올리려는 노력 중이었다. 이미 채권 부문에서 최악의 실적을 내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기도 했다.

BNP파리바는 공교롭게도 회사 자산을 운용하는 프랍트레이딩 조직인 오페라 트레이딩 캐피탈을 폐쇄하는 과정에 있다. 이번 주에는 뉴욕 원자재 파생 데스크를 접는다고 발표했다.

몇주 전 씨티도 아시아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에서 1억8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손실 대부분은 외환 거래에서 나왔다.

대규모 손실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2008년 1월의 기억을 떠올린다.

소시에테 제네럴의 트레이더로 일하다가 사상 최대의 선물 사기를 일으켜 회사에 72억 달러 상당의 손실을 끼쳤던 제롬 케르비엘이 그 장본인이다. 그는당시 140년 전통을 가진 소시에테 제네럴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최악의 금융사고를 촉발시켰다.

금융권 직원 1명이 모든 통제에서 벗어나 탐욕에 이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똑똑히 봤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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