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연초부터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의 판도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선두업체인 한국투자증권이 주춤한 사이, 고금리 상품으로 무장한 NH투자증권의 공세가 거세졌다. KB증권까지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면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일부터 5%의 약정 수익률을 지급하는 적립형 발행어음 특판에 나섰다. 은행 예금금리는 물론, 기존 적립형 발행어음 금리보다 2%포인트가량 높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투자자 1인당 최대로 1년에 600만원까지 발행어음을 매수할 수 있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최대 300억원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두 증권사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두 증권사가 각각 2조원 이상 잔액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제재가 예고되면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했는데, 이 SPC가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징계 수위 등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이 타격을 받을 여지가 있다. 발행어음이 순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아 당장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업계 1위 사업자라는 평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 NH투자증권은 고금리 특판 상품 등을 통해 공세에 나섰다. 고금리를 약정하며 역마진 우려도 있는 상황이지만, 신규 고객 확보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이와 함께 KB증권은 세 번째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 KB증권까지 시장에 뛰어들 경우, 고금리 상품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며 업계에서는 마진이 줄어들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으로 역마진이 난다고 해도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발행어음 자금의 50%를 기업금융 자산으로 운용했는데, 올해는 60~70%까지 끌어올려 마진율을 높일 것"이라며 "150bp(1bp=0.01%) 이상의 마진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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