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에는 시기에 따라 경기가 악화하거나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신호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연합인포맥스가 2008년부터 약 10년 동안 한국은행 기준금리 보도를 분석한 결과 기사에는 해당 시기의 핵심적인 경기 상황을 대변해주는 단어들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는 '환율'이나 '유동성'이 단어 빈도 순위 20위권 안에 등장해 당시 경기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5.25%에서 2.0%까지 단기간 큰 폭으로 인하했다. 2008년 10월에는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며 한 달에 두 차례 회의를 열기도 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보도 경기 악화 시그널. 출처 : 연합인포맥스>

2012년 7월 기준금리 인하 전 언론 보도에는 '중국'(9위)과 '유럽'(11위), '위기'(12위)가 단어 순위 상위권에 나타났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 하강 우려가 부각되며 중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너도나도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정책 대응에 나서던 시기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세계적인 경기 부양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5년 6월 금리 결정 전에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단어 순위 11위에 올랐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2015년 5월 첫 감염자가 발생해 전염 우려가 커지며 경제적으로는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하향하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출부진, 메르스 사태의 영향 등으로 성장경로의 하방 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015년 3월에는 '가계부채'(9위)가, 2016년 6월에는 '구조조정'(6위) 문제가 금리 인하 전 이슈가 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의 독립성 논란도 보도 데이터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2014년 8월 금리 인하 전에는 이례적으로 '부총리'라는 단어가 20위권 내에 올랐다.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친 바 있다.

최 전 부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며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고 한국은행은 직후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후에도 최 전 부총리의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 등으로 한국은행 금리 인하 압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 인하 시기는 인상 시기와 달리 경기가 악화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언론 보도에서도 메르스 등 경기 악재에 해당하는 단어들이 당시 상황을 시사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은이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주열 총재도 절에 들어간 주지 스님과 같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적극적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결정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총재가 좀 더 의연하게 할 말도 하면서 통화정책이 국민의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서 결정된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보도 경기 악화 등 시그널. 출처 : 연합인포맥스>

이번 빅데이터 분석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제공한 기사 중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키워드로 포함하는 보도를 대상으로 했다. 분석 기간은 2008년 3월 7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로, 금리 결정 전 보도 기준은 직전 금통위 다음날부터 금리 결정 전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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