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계 제도와 관행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보험산업 혁신 방안'을 마련하면서 보험사의 의견은 배제해 발표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구성한 자문단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극히 일부만 참여시켜 사실상 업계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보험산업 혁신안 마련을 위해 구성한 보험업계 자문단이 발족 4개월 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당초 금감원은 학계, 법조계 등 외부전문가들로만 TF에 보험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며 보험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보험업계 자문단'을 별도로 구성했다.

하지만 이 자문단 역시 학계와 금감원 관계자들이 대부분이며 업계는 생보사 2곳, 손보사 2곳으로 한정했다.

금감원은 손보사에선 삼성화재와 한화손해보험, 생보사는 라이나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각각 업계 대표로 참여시켰다. 업계를 대변하는 역할인 보험협회 관계자들도 자문단에서 빠졌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지난달 열린 TF 회의에 생·손보 각 2개사 임원을 불러 참석한 적이 있을 뿐, 일회성 자리여서 그게 자문단인지도 잘 몰랐다"며 "금감원에서 진행 경과나 내용을 전혀 공유하지 않고 있어 혁신안 관련해서 아는 보험업계 관계자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자문단이라고 해도 필요할 때만 불러 물어보고 돌려보내는 식"이라며 "보통 당국에서 TF를 구성하면 협회와 대형사 위주의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아무런 요청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20일 '보험 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전달받아 이르면 이달 말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TF는 지난해 9월 20일 1차 회의 당시 윤석헌 원장이 직접 참석해 보험업계의 관행을 강도 높게 질타하며 "그간의 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보험업무 전반에 걸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이번 혁신안에는 한층 강화한 소비자 보호 방안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즉시연금 일괄구제, 암 보험금 집단 민원 등으로 금감원과 보험업계가 충돌했던 터라 보험사들의 긴장감은 더욱 크다.

윤 원장이 지난 7월 취임 직후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안'에서 즉시연금 일괄구제를 주요 과제로 꼽았지만,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반기를 들면서 금감원이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금감원 국·실장 인사에서도 보험국의 과감한 개혁을 보여준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번 혁신안을 통해 보험사에 대한 압박 강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험산업 혁신안 마련을 위한 보험업계 자문단에 대형 보험사 참여를 제한하고 업계 의견수렴을 최소화한 것이 의도적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보험사 임원은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제도를 만든다 하더라도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현실에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라며 "당국의 보험 혁신안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다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압박이자 즉시연금 사태 등에 따른 보복성 대책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민원·분쟁 사례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불만 유형과 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다 수렴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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