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올해 들어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발행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내년부터 예대율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이 은행채보다 예수금으로 주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은행채는 6조7천900억 원 발행됐다.

지난해 한 달 평균 10조 원 이상씩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발행 규모를 확 줄였다.

이처럼 발행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확대하려는 차원의 새 예대율 규제를 2020년 1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게 영향이 크다.

예대율 규제는 은행의 예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는 규정으로, 은행들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막는 지표다.

새 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하향 조정했다. 가계대출을 조이려는 목적에서다.

개인사업자대출 가중치만 현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새로운 예대율 규제 적용 시점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예금은행의 정기예금은 22조 원 증가하며 2010년 1월 25조9천억 원 증가한 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2%대 특판예금을 내놓으며 예금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우리 120년 고객동행 정기 예·적금'을 출시해 판매 한도 2조원을 모두 소진했다.

기본금리 연 2.0%에 15년 이상 거래고객에 0.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최고 연 2.6% 금리를 제공했다.

KEB하나은행도 이달 판매 한도 1조원의 '황금드림 정기예금'을 완판했다.

적용금리는 1년제 최고 연 2.3%, 1년 6개월제 는 최고 연 2.4%였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최고 연 2.28% 금리를 제공하는 'IBK W특판예금'을 출시해 판매 한도 3조 원의 절반가량을 채웠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낮아질 확률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작아졌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7%로 예상했다.

지난해 추산치인 4.81%의 반 토막 수준이다.

김세용 KB증권 연구원은 "2009년 은행권 예대율 규제 도입으로 2008년 1월과 10월에 은행 정기예금이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부동산 규제와 예대율 산정 변경 발표로 11월 은행 정기예금이 큰 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컸던 2009년과 달리 올해는 적립 부담도 작아 은행채 발행 제한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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