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까지 2~3년 걸릴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지난 2015년 5월 검찰의 기소로 시작된 채권파킹(채권위탁보관) 혐의에 대한 법리 공방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일부 피고인이 지난 2017년 7월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후 법리검토 과정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재판부가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채권파킹 거래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채권파킹이 형사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전례 없는 만큼 판결까지는 상당 시간 소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파킹이란 매매를 확정했지만, 매수자가 자금이 부족할 때 채권을 잠시 중개인에게 맡겨두고 시간이 지난 후 결제를 하는 거래 형태로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중개팀은 파킹거래를 통해 포지션 한도를 임의로 확대할 수 있어 금리 하락기에는 매수 포지션을 한도 이상으로 불려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예상과 달리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 중개팀의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 2013년부터 시작된 채권파킹 사건…5년 반째 진행 중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대형 증권사가 파킹거래로 포지션을 구축했는데 금리 급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금융감독원에 자진 신고를 했다.

이후 조사를 검토하던 금감원이 다음 해 1월 채권파킹과 연루된 7개 증권사에 대한 전방위 검사를 시작해 이에 대한 혐의를 확인했다.

금감원은 2014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채권파킹을 주도한 맥쿼리투자신탁운용(구 ING자산운용) 등 운용사와 이에 가담한 증권사에 중징계를 내리고 검찰에 통보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월 정례회의를 거쳐 해당 제재안을 확정했다.

금감원과 금융위 제재에도 검찰이 2015년 4월 채권파킹에 연루된 7개 증권사를 압수 수색하면서 기나긴 채권파킹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접수된 채권파킹 사건은 피고인만 22명으로 1년 7개월간의 공방을 거쳐 최고 3년 징역형부터 2천700만~8천400만 원의 벌금형까지 나왔다.

그러나 11명의 피고인과 검찰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2017년 7월 고등법원 재판부는 원심판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도 1심에서 기소된 것보다 가벼운 수준의 배임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한 8명의 피고인과 검찰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재판부를 배당해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하고 2018년 1월부터 쟁점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 대법원판결 늦으면 2~3년 걸릴 수도

당초 피고인과 이들의 변호인들은 지난해 가을 정도에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과 달리 1년째 쟁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상고심 논의가 길어질수록 채권시장의 특수성과 위법 의도가 없는 관행이었다는 점 등을 담은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심 선고에서 채권파킹에 대한 재판이 전례가 없어 피고인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못한 점과 사재를 털어 피해액을 보상한 점이 참작됐기 때문이다.

변호인들은 중요 사건의 경우 대법원 논의 기간이 2~3년까지도 길어질 수 있어 판결 시점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은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건이 워낙 많아 어려운 사건은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며 "피고 측 입장에서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재판부가 시장에 대해 심도 있게 이해하려고 한다는 뜻인데, 심리가 길어질수록 결론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변호사는 "심리가 길어진다고 피고 측이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며 "2년 이상 심리 이후에도 피고 측이 유죄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검토해야 할 게 많은 사건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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