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뉴욕타임스(NYT)는 채권시장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다(comes to its senses)고진단했다.

신문은 17일(현지시간) 외부 기고를 통해 "오늘날 채권시장은 거의 종말에 가깝게 묘사되지만, 투자자는 위험한 회사채 시장의 버블에 눈을 뜨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달 들어 미국의 일부 기업이 지난달 고금리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지 못한 소식 등이 전해졌다. 즉, 공개적인 채권을 발행해 자금 차입을 원하던 일부 신용 불량 기업이 이제는 더는 투자자를 찾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다.

동시에 레버리지 론의 가격을 추적하는 지수는 1달러당 94센트로, 지난 한 달간 3% 이상 떨어졌다. 지난 2011년 8월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이다.

NYT는 "고금리 채권 트레이더들은 시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며 "채권시장은 무모하게 행복했던 지난 10년을 천천히 벗어나고, 건강하고 단비 같은 조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역사적인 수준으로 인하했고, 제로금리 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되살아났다. 동시에 저렴한 비용을 통해 차입 기관들은 부채를 키웠고, 이를 탕진했다.

심지어 AT&T와 GE와 같은 우량 기업도 타사 인수나 배당금 지급, 자사주 환매 등을 위해 저렴한 돈을 챙겼다.

신문은 "현명한 투자자는 이제 판을 돌리고 있다"며 "위험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거의 10년간 즐겼던 저금리 발행을 이제는 맛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10억 달러의 고금리 채권을 발행한다면, 연간 이자 비용이 지난 2.5년전보다 2천500만 달러가 늘어난다는 게 NYT의 추정이다.

이어서 "투자자는 적절한 보상도 없이 수년간 형편없는 신용 여건의 기업에 리스크를 취하고 있던 사실을 드디어 깨닫게 된 것"이라며 "이는 지난달 고금리 채권 발행이 전무했고, 레버리지 론 거래가 줄어든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시장 상황은 폐허라기보다는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NYT는 덧붙였다.

신문은 "채권시장에서 새로 형성되는 냉철함은 건전하다"며 "이는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며 부채를 쌓을 수 없게 됐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63년전 연준의 최장기 의장으로 꼽히는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은 연준의 직무는 파티가 달아오를 때 '펀치 보울'을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에 대해 "다른 말로 하면, 과도한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파월 연준 의장은 선배 의장의 조언을 따라야 하고, '펀치 보울'을 치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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