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4개 외국계은행이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인 외환파생상품 시장에서 가격을 짬짜미 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또 적발됐다.

기업과의 대규모 외환파생상품 거래 과정에서 소위 금리 따먹기를 통해 이익을 나누는 담합이 일부 세일즈(코퍼레이션) 딜러들 사이에 일상화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결과다.

담합을 하다 이번에 공정위에 적발된 외국계은행은 도이치은행과 JP모건체이스은행, SC제일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4곳이다.

이들 은행들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7차례에 걸친 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5개 기업을 상대로 제시가격을 담합하다 적발됐다.

공정위는 2016년과 2017년에도 외국계은행이 2011∼2014년에 담합한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은행들의 담합으로 피해를 본 기업이 다르다는 점 밖에 없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도이치와 JP모건, HSBC은 2010년 5월 4일 한 기업이 300억 엔(당시 환율 약 3천500억 원) 규모의 CRS를 거래를 하면서 금액을 배분해 은행들에 나눠줄 것을 인지하고, 유사한 금리를 제시했고 실제 100억 엔씩 가져갔다.

당시 도이치는 최초 4.28%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나, HSBC와 담합하면서 타 은행들의 제시가격 4.30%와 비슷한 4.28%로 가격을 수정했고, 결국 최종 거래가격은 4.30%로 결정됐다.

은행 세일즈 딜러들은 고객으로부터 가격 제시를 요청받으면, 평소 친분이 있던 다른 은행의 영업직원에게 메신저 또는 유선으로 연락하면 거래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 3개 은행이 짠 엔-원 CRS 거래 사례와 같이 각 은행이 동일 거래를 요청받았다면, 가격 제시 방안을 협의하고 각종 정보를 메신저에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 가담한 직원들은 과거 같은 은행에서 근무했거나, 동일 고객에 대한 영업활동 과정에서 알게 되는 등 사적 친분이 두꺼운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여러 은행 중에서 하나의 거래 은행을 선정하는 경우에는, 특정 은행이 높은 가격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담합이 이뤄졌다.

도이치는 2010년 3월 26일 등 총 5회 실시된 선물환 또는 외환(FX) 스와프 거래에서 모두 들러리에 나섰다.

도이치는 HSBC 및 SC제일은행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들보다 불리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기로 합의한 뒤, 실제 이를 실행했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담합을 통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방식의 거래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2010년 초반에 있었던 거래 담합이었고, 현재는 시장에서 그러한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됐다는 입장이었다. 과거보다 상당히 투명해졌다 얘기다.

A 은행 외환딜러는 "당시 세일즈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회사를 다 나갔다"고 전했다.

B 은행 세일즈 딜러는 "지금은 현물환 가격을 비롯해 FX 스와프와 CRS 등의 가격도 전부 공개되고 있다"며 "외환시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들이 철저하게 은행 쇼핑을 한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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