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집값이 30% 떨어져도 충격을 감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내용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8년 2분기 이후 2년에 걸쳐 전국 주택가격이 30% 하락해도 국내 금융기관이 이를 감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경제성장률 및 주가 하락 등 실물 및 금융 부문에 상당한 충격이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금융업권에서 자본 비율이 규제 기준을 웃도는 등 국내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주택가격 하락 시나리오에서는 저축은행과 증권회사의 자본 비율이 각각 4.7%포인트, 167.2%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의 경우 자본 비율 하락 폭은 2.1%포인트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분석 모델이 지나치게 완만한 주택가격 하락을 가정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시장은 항상 오버슈팅한다"며 "30%의 하락이 더 짧은 기간에 나타난다면 당연히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오른 가격에서 30%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충격이 없을 수 없다"라며 "주가가 2,000에서 3,000포인트로 올랐다가 2,100포인트 정도로 하락한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한 금융통화위원도 분석 결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은의 2018년 24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30% 하락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과거 외환위기시의 주택가격 하락률이 이에 훨씬 못 미쳤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동 테스트 결과가 다소 낙관적으로 비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 당국의 입장에서 금융안정을 고려하고 금융불균형 누적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는 거품이 생겼다가 꺼질 때 금융시스템, 특히 은행 부분이 큰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신용 경색과 함께 실물경기 하락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간 설정에 따라 같은 폭의 집값 하락이라도 그 충격은 달라질 수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테스트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충격이 다를 것"이라며 "(집값 하락 기간이) 단기라면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연구 결과라는 비판에 대해 "시중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테스트한 결과도 한국은행의 연구와 결과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집값이 하락하면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한국은행의 시각은 한국의 재무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다만 대출 여력이 떨어지는 한계 계층이 집값 하락에 노출된 위험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제조업 기반이 약화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동반 하락하기 시작했고, 울산·경남 지역은 작년 11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약 10% 하락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지방 부동산과, 서울·경기 부동산 가격도 꺾이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서울 부동산 가격도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과 맞물려 내림세가 더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방권 부동산 가격 추세>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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