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오는 3월 '키코(KIKO) 사건'의 재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지난해 6월 25일 키코 사건 전담반을 꾸린지 장장 9개월 만이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3월 피해 기업 4개사(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에 대한 조사 내용을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분쟁조정위는 4개 회사와 이들 기업에 키코를 판매한 은행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은행이 4개사에 각각 어느 정도를 배상해줘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배상 규모를 결정하는 데는 은행이 기업 피해액의 약 30%를 배상하도록 한 기존의 법원 판결이 주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확한 배상 규모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겠지만, 앞서 나온 법원 판결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법원은 당시 배상 비율을 약 30%로 판결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3년 키코 판매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하면서도 불완전판매 혐의에 대해 일부 배상 책임을 물었다. 이에 따라 당시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은 피해 기업별로 피해액의 약 25%, 30%, 35% 수준을 배상했다.

문제는 키코 피해 기업과 은행 양쪽이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일지다.

키코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키코 공대위)는 은행의 키코 상품 판매 자체가 '사기'이자 '소비자 기만행위'였으므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며 100% 피해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일부 배상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은행들이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를 들어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할 우려도 있다. 소멸시효 계산 시점을 계약일로 하느냐 정산일로 하느냐에 따라서 시효 완성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키코 공대위나 은행 중 어느 한쪽이 배상을 거부하더라도 사건은 법원 소송으로 가게 된다. 금감원은 될 수 있으면 분쟁조정을 통해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외부 자문위원들은 분조위를 앞두고 막바지 법률 검토 중이다. 자문위원회가 이달 말 답변서를 완성하면 금감원은 이를 바탕으로 분쟁조정 결정서를 작성해 오는 3월 분조위에 키코 사건을 상정하게 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오르내릴 경우 기업이 미리 정한 가격에 따라 외화를 은행에 되팔아 기업과 은행이 환율 변동 위험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다만 이 환율이 미리 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오를 경우 기업은 손해를 보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당시 키코에 가입했던 919개 중소기업은 수조 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이 가운데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은 기업은 760개사에 달한다. 금감원은 오는 3월 4개 기업에 대한 분조위 결정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다른 기업에 대한 처리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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