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주변 아시아 및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관련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CNBC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시에라이온 등과 같은 나라가 기존 일대일로 관련 투자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경제에 미칠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의 해상 및 육로 실크로드 정책인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중국과의 경제·외교적 관계를 강화해왔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은 상대국에 대규모 투자와 차관, 경제협력 등을 약속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동참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대일로 참여국의 주권이 침해되고, 대규모 차관을 갚지 못할 경우 전략적 자산이 중국에 넘어가고, 결국 이들 나라가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작년 4월부터 몇몇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늘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론과 반발 등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단, 완전히 취소되는 사태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12월에는 파키스탄이 경제난을 이유로 중국에 20억 달러 규모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미얀마는 중국의 국영 투자회사인 중국 국제신탁투자공사(CITIC)가 주도하는 서부 지역 차우크퓨 항구 개발의 규모를 당초 73억 달러에서 13억 달러로 축소했다.

앞서 외신들은 프로젝트의 초기 비용이 동남아시아 지역을 빚더미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은 작년 중국 기업과 함께 3억1천800만 달러 규모 공항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작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한 후 친중 정부가 추진해온 220억 달러 규모의 중국 관련 투자를 중단했다.

방글라데시도 작년 초 중국 업체가 주도해 건설하려던 고속도로 확장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의 투자를 끌어오는 데 주저하는 데는 스리랑카 정부의 사태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는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얻어 남부 함반토타항 개발에 나섰다가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쌓이자 2017년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겨주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다른 나라의 자산을 약탈하기 위한 행위라며 맹비난해왔다.

특히 이러한 많은 나라가 이미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와 함께 관련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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