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반도체호황이 끝났다는 신호가 이곳저곳에서 포착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문제를 넘어 국내 경기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호황에 기댄 국내 거시지표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의 수출 부진이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21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지난해 4분기 수요와 가격 급감 등을 미뤄볼 때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980년부터 시작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슈퍼 사이클의 8번째가 마무리된 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언제 되살아날지 불분명해졌다.

주요 요인은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과도한 공급과 글로벌 수요 급감이다.

더욱이 국내 수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침체는 곧 국내 경기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 징후들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25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14.6% 급감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8.8% 급감했고 지난달 27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인 이후 연초에 더욱 가파르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출이 484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2% 줄어든 것도 반도체 실적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대형 정보통신(IT) 기업의 데이터 센터 투자 조정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부족 해소로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반도체 경기가 올해 내내 좋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요는 크게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업황 분위기가 몹시 나쁜 것은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수출의 급감요인은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데다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공급은 오히려 늘어난 데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설비 증가율과 D램가격의 상관관계를 봤을 때 전년비 투자 규모(사진)가 30% 이상 증가하면 투자 당해연도나 1년 후 D램 가격의 하락이 동반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투자 규모가 30% 이상 증가한 해는 2010년과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소한 올 1분기까지는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D램을 중심으로 가격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경기의 부진을 상쇄할만한 요인이 많지 않다고 의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D램 가격하락이 전분기 대비 25% 빠지며 예상치보다 더 좋지 않았다"며 "이미 노출된 재료지만 지난해 4분기 메모리반도체와 애플 스마트폰의 부진 등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문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은 하반기에 극적으로 뛰어오르기보다는 하락 폭이 줄어드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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