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영업 적자가 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손보사들은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추가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지난해 12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3.1%(가마감)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각각 104%, 108.1%로 업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삼성화재(94.8%), 현대해상(98.5%), 메리츠화재(98.2%) 등도 100%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을 77~80% 수준으로 본다. 이를 넘기면 적자란 의미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 적자가 사상 최대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00년 만에 여름 무더위로 자동차사고가 자주 발생해 손해율이 상당히 올라갔다"면서 "자동차보험은 지난 2017년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췄지만 7천억원 가까이 손해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3~4% 인상했다. 애초 정비수가 인상, 손해율 상승 등을 고려해 7% 이상 인상안을 검토했지만, 금융당국이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제한하면서 최소한의 인상 요인만 반영해 인상 폭을 결정했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에도 손해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하반기 보험료 추가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손보사들은 올 3~4분기에 2~3%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를 추가 인상하기에 앞서 보험사들이 자구 노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사실상 추가인상을 막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말 손해율이 급증한 데 날씨 등 외부요인도 있지만 손보사 간 과당경쟁에 따른 비용 증가와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 영향도 크다"면서 "이를 최대한 막는 게 손해율을 감소시키고 보험료를 덜 올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을 통한 한방병원 진료비는 해마다 20~30%씩 증가하고 있는데, 진료비에는 과잉·부당진료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게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의 공통된 추측이다.

금융당국은 보험금 누수 방지, 사업비 절감, 불필요한 특약 정리 등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준조세 성격의 보험료가 연이어 인상될 경우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거는 이유다.

보험사들은 당국이 시장 논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불만이 많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는 보험개발원 검증이 의무 사항은 아닌데도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통제받고 있다"면서 "보험업계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장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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